병력 수는 10만이 넘는다. 동원된 전함은 수 백 척에 이른다. B.C. 480년 고대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침공 차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 할 때의 광경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찬란한 군기를 휘날리며 전진하는 페르시아군의 장렬한 진용을 보면서 크세르크세스는 창연(愴然)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런 한탄과 함께.
“이 모든 영광은 오직 순간에 불과하며 곧 영원히 사라진다. 오늘의 영광에 참여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백년도 못 되어 모두 죽을 것이다.” 재앙은 곧 닥쳐왔다. 격렬한 폭풍이 일어 400여척의 전함을 잃은 것이다.
딴은 장관이라면 장관이다. 바다를 향해 도열한 300여 문의 장사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어대는 모습이. 북한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원산 갈마반도에서 치러진 타격훈련. 그 포격장면을 김정은은 직접 참관했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표를 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가슴이 후련하게 정말 잘 쏜다.” 정말 가슴이 후련했을까.
핵에 ‘올인’ 했다. 마침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머지않아 미국본토 타격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동북아 정세를 일거에 뒤바꾸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다. 그런 기대에 차 있었다. 상황은 그러나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압력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베이징발로 전해지는 시그널들도 예사롭지 않다. 결국 태양절(4월15일)로 예정했던 6차 핵실험도 못했다. 장거리 미사일발사도 취소했다. 장사포 타격훈련으로 대치한 것이다.
바다를 향해 쏴대는 장사포 포격장면. 그걸 바라보면서 후련하다는 김정은의 발언에는 답답함의 토로라고 할까, 어딘가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뭔가 초조감에, 불안감도 감지된다.
올 코트 프레싱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행정부에, 의회에, 군까지 하나가 돼 최후통첩성의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 100명 전원을 백악관에 초치해 국무, 국방장관에 국가정보국장(DNI), 그리고 합참의장까지 나서서 북한 핵 위협의 심각성을 브리핑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 끝난 게 아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유엔회원국들에게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중단하거나 격하할 것을 주문, 공언한대로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작전에 착수한 것이다.
전방위로 조여 오는 미국의 압력. 이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집권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배후에서도 엄청난 살기(殺氣)가 엄습해온다. 어떤 짓을 해도 우리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던 중국의 태도가 일변한 것이다.
원유공급 단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미국의 외과수술 식 타격을 용인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핵시설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 군사행동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그 중국의 달라진 입장에 북한은 몹시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 정황에서 새삼 주목되고 있는 것이 있다. 시진핑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 발언의 배경과 그 해석이다.
한국역사에 대해 별 소양이 없다. 그런 트럼프가 시진핑의 발언을 잘 못 알아듣고 잘못 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끄집어 낸 그 발언에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 측의 해결안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바사대학의 브라이언 밴 노든교수의 진단이다.
외교로도 군사적으로도 해법이 잘 안 보인다. 핵은 수령유일주의 옹위의 최후 보루다. 그러니 협상은 없다는 것이 김정은의 입장이다. 군사적 조치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은 과거 한국과 중국의 얽힌 역사를 언급하면서 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 워싱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떠 보았다는 것이다.
현 북한 체제를 무너뜨린다. 그리고는 ‘친중(親中)위성국가 체제’를 세우는 거다. 여기에는 조건이 따른다. 한반도의 불안정 요소, 핵을 제거하는 조건이다.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대로 북한이라는 완충 국가를 존속시킨다는 데에서, 미국은 북한 핵을 제거 한다 점에서 양측의 이해는 충족된다. 이런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라우트해머도 비슷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필란드화(Finlandized North)‘안이다.
한반도 통일을 지연시킴으로써 중국을 북한의 필란드화에 끌어들일 수 있다. 다름이 아니다. 북한지역에 중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친중체제를 허용한다. 그럼으로써 핵문제도 제거한다. 한 가지 공교로운 사실은 틸러슨 국무장관도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지, 통일의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발언을 한 점이다.
이 두 가지 해결안이 그렇다. 핵과 함께 김정은도 제거한다는 것이 그 선결조건이다.
포스트 김정은의 북한은 그러면 누가 이끄나.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김정은 제거는 시작에 불과하다. 끝이 아니다. 세뇌된 북한의 대중, 수령유일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군 집단, 그리고 내전발발 가능성. 이런 문제들을 서둘러 봉합하고 해결할 적임자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가능 후보로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김정은에 의해 암살된 배다른 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지목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축적된 대 북한 정보력과 영향력을 행사해 김정은 체제를 전복시킨다. 그리고 그 후계자로 백두혈통의 적통인 김한솔을 내세운다. 그런 비상계획을 제시할 때 미국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예상이다.
이래저래 김정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어가는 불안증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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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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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얼마 못가겠지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벼랑끝 작전으로 나오는데 그것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