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를 알면 좋겠지만 사실 아직도 왜 이런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상당한 글이 모여있지만 그것을 자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점이 많고 또 한 권의 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두서가 없다.
그저 오랫 동안 사진첩에 묻혀있는 추억의 단상들이라고나할까…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다시 되돌아 본다는 것은 혹자에겐 고통스러운 회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먹하게 쌓여 있는 글들을 되돌아 볼때면 마치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추억들이 되살아나곤한다.
거창한 주제 때문에 오버한 글들, 스스로도 알아 먹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문구들… 글마다 마치 LP 음반의 상흔처럼 가득한 잡음들이 묻어나곤한다.
그럼에도 기록할 수 없는, 또 이루지 못할 (그 추억의 이야기를)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아마 음악 자체보다는 머리 속에 실타래 처럼 엉켜있는 것들을 풀어내고 정리하고 싶은 나름의 성숙을 위한 노력이랄까, 그리고 음악가들과 창조를 위해 도전했던 그들의 힘들었던 삶이 나름대로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으라면 여럿 있지만 솔직히 베토벤이나 바하 등은 너무 공통적이고 모차르트나 비발디 등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나만의 어떤 몽상이라고나할까, 그런 환타지를 안겨주는 작곡가들은 아니었다.
북방 출신의 작곡가들이 좋다면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브람스는 북방은 아니지만 독일 작곡가 중에서는 가장 어두운 선율을 전해주는 작곡가여서 우울할 때 들으면 오히려 마음의 치유를 얻곤 한다.
그런데 언제 들어도 좋은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들이 매우 상반된 요소로 인하여 음악인들에게 종종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묘한 것은 (이 흥미로운) 두 작곡가가 살아 생전 라이벌 아닌 라이벌(관계)로서 서로의 음악을 헐뜯고 서로에게 반감을 주었다는 사실이었다.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예술가란 종종 일그러진 영웅이거나 폭군이기도 하다. 누구의 음악을 더 좋아하느냐? 혹은 누구의 음악이 더 위대한가 등의 가십거리는 대체로 무의미한 결론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나름대로 음악가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두 작곡가는 나이는 브람스가 6년 연상이었지만 생일은 우연스럽게도 5월7일로 같았다. 브람스는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차이코프스키는 나이 20세가 되어서야 음악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천재 음악가로서,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매달렸던 브람스와 달리 꿈꾸는 자로서, 음악에 대한 열망에만 매달렸던 차이코프스키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1888년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는 라히프찌히에서 조우하게 되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맥주와 사이다의 만남이랄까… (우리식의 다른 표현을 빌리면) 만두와 찐빵의 만남이 그리 부드러웠을리는 없었을 것이고, 맛도 틀리고 분위기도 틀린 두 사람은 당연히 음악론을 가지고 격돌할 수 밖에 없었는데 더 치열하게 비난했던 쪽은 차이코프스키였다고한다.
화려한 선율을 기피했던 브람스에 비해 음악의 감성을 선율미로 화려하게 표현했던 차이코프스키는 (그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왜 브람스는 음악을 그처럼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다. 참 뭐(?)같은 친구”라고 말했다는데, 이후 두사람의 사이에서 더 이상의 재회란 없었다.
신고전주의, 즉 음악의 고전주의를 부르짖은 브람스는 천박한(?) 선율미보다는 음악의 正道를 추구했으며, 삶의 열망… 화려한 꿈 조차도 강렬한 용광로 속에 (불)태우고 녹여져, 마치 초연한 낙엽이 되어 흩날리는 듣한 초월적인 애수로 감동을 준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의 화려함을 피하고 순박한 요소를 강조했는데 어딘가 투박하지만 내면적이면서도 우정처럼 항구적인 그의 음악을 차이코프스키는 어쩌면 질투했는지도 몰랐다.
반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쉬우면서도 호소력있었고, 흑백사진 처럼 아련한 선율미로 감동을 주었다. 마치 깨지기 쉬운 청춘의 아픔… 그 우수를 노래하고 있다고나할까, 향기로운 장미가 아름다운 것일까, 아니면 서서히 피어나는, 그러나 보다 항구적인 난이 아름다운 것일까?
그 어느 것이 더 아름답건 간에 5월에 듣는 두 사람의 음악은 너무도 애틋하다. 아무튼 인류의 낭만주의를 불태웠던 두 사람… 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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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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