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자랑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 집안은 전주 李씨 가문이다. ‘효령대군(세종의 형님)파’ 라고 하는데 나의 아버지는 살아 생전, 전주 李씨임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이승만 정권 때에는 작은 할아버지께서 종친회장을 지내기도 하셨는데, 당시 이 대통령과 함께 전주 이씨 족보를 개편, 간행하기도 하셨다. 미국에 와서도 아버지는 전주 이씨 종친회라면 빠짐없이 참석하셨고 , 종친회 계간지 ‘李花’를 꾸준히 탐독하셨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종친의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대원군’이었는데 지금이야 수구꼴통이라 욕들하겠지만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대원군과 박정희만큼 강력한 민족주의자도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원군은 ‘민비만 아니었다면’ 하면서 땅을 치시곤 했는데, 아마도 평민에서 시작하여 정권을 잡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드라마가 어떤 꿈이라고나할까, 평범하게 일생을 보내셨던 당신의 꿈… 그 한풀이를 대신해 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 들썩거리는 대한민국의 정세가 새삼 민족주의라고나할까, 종(種)의 문제를 심각하게 대두시키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생(아이덴티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것은 그가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일 뿐이다. 그것이 유대인이든 중국인이든 민족의식에는 피의 배반이란 있을 수 없다.
찰스 다윈은 지구상에서 끈질기게 살아 남은 종(種)들은 힘센 종들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했던 종들이라했다. 세계 정세에 어두웠던 구한말, 대원군은 쇄국정책으로 일관, 결국 나라를 일본에 넘겨주게 되는 통한의 우를 범하게 되었다.
조선이 강한 민족이라는 착각때문이었을까,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때문이었을까, 외교적인 면에선 실책을 범했지만 대원군은 나름대로 서원철폐, 서자등용, 강력한 탕평책 등으로 조선을 바로세우려 했던 인물이었다.
특히 좁게는 가문의 영광이요, 넓게는 조선의 위용을 과시하게 위해 무리하게 경복궁을 중건하다 부메랑을 맞고 말았다.
경복궁은 1395년(태조 4년) 390여 칸으로 창건되었다가 임진왜란때 소실된 정궁이었는데 대원군은 무려 7225칸으로 경복궁을 중건하겠다는 야심을 세우고 영건도감을 설치, 원납전을 바치게 해 백성들로 부터 크게 원성을 샀다.
도성문의 출입세를 징수하고, 양반 사림 묘지를 벌채 하는 등, 경복궁 타령의 /우리나라 좋은 나무는 경복궁 중건에 다 들어간다/는 가사는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었다. 민중들에게는 고통이요 백성들에게는 피를 짜는 아픔이었지만 아이러니는 우리 민족에게 널리 불리우고 있는 민요‘경복궁 타령’이 바로 이때 탄생했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건축물들은 목재로 이루어져 있어 戰亂등으로 불에 타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그나마 남아있는 건축유산 중의 하나가 바로 경복궁이었다. ‘경복궁 타령’은 경복궁을 중건할 때 불리기 시작한 민요로서, 노역시 작업능률을 위해 노동요(勞動謠)로서 작곡됐다는 설과 흥선대원군이 원납전을 거둬들이며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자 그것을 풍자하여 백성들의 원망이 가득, 자연발생적으로 민요가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에헤, 남문을 열고 파루(통행금지 해제 종각)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 온다 /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 방아로다 에헤 /을축 사 갑자일에 경복궁을 이룩일세 / 우리나라 좋은 나무는 경복궁 중건에 다 들어간다 /… 풍자 민요든 노동요든 어느 것이 맞던 간에 경복궁 타령은 경기민요 가운데서도 장단이 빠르고 /에헤,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 온다/로 시작하는 가사부터 민족의 꿋꿋한 기상을 노래하고 있어 민중 사이에 널리 불리어지며 지금껏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철인 통치…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현명한(철인) 군주가 나타나면 세상이 구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없는 정치,경제 강한 나라치고 감옥에 범죄자가 득실거리지 않는 나라 없다고 한다. 민족의 부국강병은… 자신들의 문화를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아하고 우아한 경복궁의 자태, 그 흥겨운 민요의 가락에서 우리의 긍지, 아름다움을 되찾아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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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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