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충동적 행동인가. 아니면 지도자로서 본색의 발로인가.
어린아이에게도 무차별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만행이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그리고 48시간도 안 지난 시점에 시리아공격을 명령했다.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들이다.
“트럼프 독트린이 마침내 선보였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트럼프가 기분에 따라 일방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항상 본능에 따라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평소 자랑이다. 사린가스에 숨진 어린아이. 비탄에 빠진 아버지. 그 사진을 보고 감정에 따라 움직였다. 본능에 따른 그 무모한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부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또 이런 분석도 나왔다. 취임 초부터 정치적으로 실점을 거듭했다. 게다가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로 곤경에 처해 있다. 그 만회 책으로 시리아 공격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8년간 실종됐던 리더십이 되살아났다.” 뉴욕포스트지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의 기개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한 점은 트럼프가 사용한 언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본질에 있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란 주장도 폈다.
핵 없는 세계를 통한 인류평화와 인권을 설파했다. 그럼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리아에서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만행이 벌어지자 뒷걸음 쳤다. 상당히 시니컬한 현실주의자 같았다. 그런데 똑같은 만행이 벌어지자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하나님의 어린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결코 당해서는 안 된다’며.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들어갔다.
극명히 대조되는 오바마와 트럼프의 모습을 전하면서 미국은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처럼 공화, 민주 양당이 하나가 돼 시리아 공습을 지지한 것이 그것으로 트럼프는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다운 모습(look Presidential)을 보였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전격적인 시리아 공격명령, 거기에는 그러면 또 다른 측면은 없는 것일까. 문득 ‘미치광이 전략’이란 말이 떠올려진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인들이 걸핏하면 사용하기 좋아하는 단어가 오버랩 된다. ’살계경후(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하다)‘라고 하던가.
중국의 시진핑을 맞아 연회가 무르익고 있었다. 같은 시각 시리아내전 발생 후 처음으로 알 아사드 시리아정부를 타깃으로 한 미국의 대대적 미사일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북한 핵문제에서,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긴장상황 등 동북아정세는 먹구름에 싸여 있다. 이 정황에서 열린 것이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이다. 그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간에 공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우선 그렇다. 그 타이밍이 너무 교묘하다고 할까.
시진핑과 만나기 직전 트럼프는 안보회의를 소집하고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시진핑을 만나 만찬을 베풀었다. 그러니까 만찬 중에는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AFP 통신에 따르면 만찬이 끝난 후에야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직접 공격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 중국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그 수법을 역으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예기치 않은 때에 시리아를 공격했다. 시리아가 닭이다. 원숭이는 북한과 중국인 것이다.
“트럼프는 베이징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분석이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과 함께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 미국은 결코 방관할 수 없다. 그러니 나를 코너로 몰지 말라. 북한을 공격해 한반도 전체가 전쟁에 빠져드는 사태를 오게 하지 말라.” 이런 메시지를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전했다는 거다.
그 메시지를 시진핑은 알아들었을까. ‘아마도 주목하고 있을 것’이란 것이 대다수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지난 8년간 미국은 수동적 자세로 일관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도발을 해도 항상 수세적 입장이었다. ‘전략적 인내’를 내걸고 북핵 문제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 ‘더 이상은 아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입장으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잇단 아시아 순방에서 재차 확인해왔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나설 수도 있다’-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계속된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 정상회담 타이밍을 맞추어 펼쳐진 시리아공격. 이는 최후통첩성의 강력한 압박 메시지로 결코 말로 끝나지 않고 행동도 따른다는 워싱턴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는 무력사용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시리아 공격을 통해 워싱턴이 전하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다.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중국 환구시보의 반응이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감히 하려들지 않는 것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의 대통령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무력사용을 할 수 있는 대통령임을 증명해보이고 있다”는 논평을 낸 것이다.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 트럼프의 이 전략은 그러면 주효한 것인가. 확답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그러나 뭔가의 변화의 감은 감지된다. 레짐 체인지, 다시 말해 김정은 제거론이 최근 들어 베이징 일각에서 비교적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들려와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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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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