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례없는 대통령 조기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선거 때면 해외 동포도 귀한 한 표로 인해 한국 정치권의 관심을 받는다.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안보나 경제를 염두에 두고 과연 누가 이 나라를 가장 힘 있고 잘 사는 나라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과연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인가를 계산해 본다.

그동안 해외 동포들이 부단히 지적해 온 부당한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계속 부결되었다.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다. 매년 4월이 되면 수많은 해외 한인 2세들이 한국의 병역기피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법에 의해 미국과 해외에서 태어난 한인 2세는 18세가 되는 3월31일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할 의무가 부과되었다. 권리 없는 의무이다.

국적이탈 의무를 몰랐거나 혹은 너무 복잡하여 할 수 없는 경우 병역 기피자로 몰려, 남성의 경우 38세까지 병역을 필하지 않는 한 한국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다. 이런 선천적 복수 국적자는 한국에서 해외 인재로 초빙을 받아도 병역 기피자인 고로 한국에 갈 수 없고, 또한 미국에서는 신원조회 시 이중국적자로 몰려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도 손해고, 동포도 손해다.

약 20년 전 한국정부 고위관리가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교육부장관에 선임된 한 대학총장의 이중국적 시비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S 총장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적이 있는데, 한국으로 들어가며 시민권을 포기했음에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가 미국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진실규명이 필요하니 그의 시민권 포기가 사실인지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를 대신하여 미 이민국에 자료를 요청한 결과 S 총장의 시민권 포기 증서 사본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자료로 시민권 포기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중국적이 과연 죄인가”라는 국민 정서적 이슈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5년 홍준표법이 통과된 뒤, 홍 전의원은 인터뷰에서 “사이비와 진짜 동포를 구별하기 위한 법이다. 원정 출산, 재외 공관직원, 특파원 등 일시 체류자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지, 재외 국민과 재외 동포 2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호적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는 병역과 무관하다는 1998년 대통령 시행령을 몰래 삭제해 버렸기 때문에 졸지에 동포 한인 2세에게 국적이탈 의무가 부과된 것이다. 홍 전의원은 해외 동포를 ‘사이비 동포’로 만들었다.

현재 5번째로 접수한 헌법 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의 혼혈인 2세를 통해 헌법 소원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측은 공직 진출은 ‘극히 우연한 사정’이라고 반복하면서, 공직 진출이 안 되더라도 미국에서 일반 기업 진출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즉 ‘공직 진출이 어려우면 일반 기업에 가면 되지 않냐’는 논리이다.

과연 그런 것이 정부가 해외 동포들에게 바라는 정치력 신장의 진의인가? 한국정부의 무책임한 변명과 홍준표 악법을 이번에는 헌재가 어떻게 판결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준표 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국적이탈 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사이비 동포’로 전락한 미주한인 2세는 약 60만 명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 해외동포 800만 명을 가산한다면, 이로 인한 한인 2세 피해자 숫자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더욱이 한인 2세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으면 3세, 4세 대를 이어 선천적 복수 국적자가 되는 연좌제적 족쇄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악법을 수정하는 길은 1998년 대통령 시행령을 법안으로 복원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국적을 계속 보유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한국국적이 상실되는 ‘국적 유보제’이다. 이 제도가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 시킨 케냐의 국적법이고, 또한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의 국적법이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할 법이 바로 이 법이다.

<전종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