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일자리’일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라진 일자리를 되찾아 일자리를 증가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게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최대 공약이었으니 당연하다.
그렇다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기후변화’가 그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지난주 에너지부의 한 수퍼바이저는 앞으로 브리핑이나 서면 공지 때 ‘기후변화’ ‘배출 감축’ ‘파리협정’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한 소식통을 인용한 폴리티코의 보도다. “문제를 제거할 수 없으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제거하라”는 것이 허둥대는 새 행정부의 해결책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꼬집었다.
인간 활동에서 배출된 온실개스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과학계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빙하 유실과 해수면 상승, 때 아닌 극도의 가뭄과 홍수의 재난이 그 증거로 나타나고 있지만 트럼프는 오래 전부터 트윗을 통해 야유를 계속해 왔다 : “1920년대엔 지구한랭화를 걱정했다는데 이젠 온난화냐…그만 좀 하자!” “봄이라는데 왜 이리 춥냐? 얼어 죽겠다, 지구온난화는 어디로 간 거야?”
지난 유세 중엔 기후변화란 “날조된 것”이고 오바마의 환경규제는 “어리석다”면서 당선되면 온실개스 배출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약도 했었다. 기후변화는 대선토론에서 거의 언급조차 안될 만큼 주요이슈가 아니었지만 기후과학 부정론자인 트럼프의 당선이 환경에 재난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았다.
각오하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 환경’ 행보가 지난주 시작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지구온난화 대책 폐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 서명으로 기후정책 미래에 대한 전쟁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지난 28일 환경보호청(EPA)에서 탄광근로자들을 배경으로 세우고 서명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는 여러 가지가 담겼다. 2030년까지 기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05년보다 32% 줄이는 오바마의 대표적 기후정책 ‘청정전력계획’을 폐지하고, 강화된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의 탄소기준을 재검토하며, 금지했던 국유지내 석탄 채굴을 허용하고, 석유산업의 메탄개스 배출기준도 완화시키도록 했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재난 피해 경비를 환산한 ‘탄소의 사회적 가격’을 환경규제 정책의 근거로 사용했던 것을 중단토록 했으며 각 부처에 에너지 생산을 막는 모든 규정을 향후 180일 동안 조사 검토하여 백악관에 보고하도록 했다.
트럼프 기후정책의 첫 단계인 이번 행정명령은 ‘실패한’ 오바마케어 폐지나 이민행정명령과 달리 아직은 ‘성공적인’ 오바마 뒤집기에 속하겠지만 모든 대책을 다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명령의 대부분은 사안별로 소송에 직면해 연방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백악관은 환경예산 대폭 삭감을 선언했으나 예산안의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회다. 석탄은 트럼프가 무얼 하든 사양산업이며 바람과 태양의 청정에너지는 성장세다.
서명식에서 약속한 ‘탄광 일자리 회복’도 제왕 아닌 대통령 트럼프에겐 역부족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광 일자리 감소는 탄소규제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연개스 등 석탄보다 싸고 깨끗한 대체연료의 생산이 증가한데다 생산자동화에 의한 회사의 인력감축 때문인데 오바마 규제 번복이 이런 시장의 원리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진보진영과 환경론자들은 트럼프가 자신의 행정부를 기후변화 부정론자들로 채우고 환경보호청을 거의 공중 분해시킬 계획으로 반 환경 행정명령을 내리는 데도 “놀랄 만큼 낙관적”이라고 정치해설 사이트 복스는 전한다. 물론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상당수의 주와 로컬 정부들이 독자적인 기후대책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도 낙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집권기가 기후대책에 재난이 될지, 감기처럼 지나가며 환경보호를 잠시 지연시키는데 그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우려해야할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복스는 지적한다. 트럼프의 반 환경 행정명령이 주는 메시지다 : “기후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왜 별 것도 아닌 가설에 돈과 시간을 쓰느냐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주장이 주는 파장은 한두 가지의 규제 폐지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적극적인 민주당 행정부와 소극적인 (그러나 노골적 반대는 삼가던) 공화당 행정부를 오가며 오랜 세월 길고 험한 여정을 거쳐 겨우 한 두 걸음 진전한 미국의 기후대책을 여론의 외면 속에 후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언급하지 않았고 환경보호청의 공해규제 권한은 유효하다. 사상 가장 뜨거운 한해의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곳곳의 처참한 재해가 그치지 않겠지만 트럼프의 4년은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그때까진 평균 기온상승이 위험수치인 섭씨 2도를 넘기지 않고, 해수면 상승으로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가 물에 잠기는 재난이 없기를 기도하는 수밖에…미국이 반 환경 대통령을 맞았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정도는 지구도 기다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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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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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후손들도 더러운 공기 마시는걸 왜 모르나??돈이 많으니까 상관없나??
기업가 마인드의 대통령은 친 기업 정책을 선호하고 지구 온난화같은 차원이 높은 문제는 관심이 없다. 나만 잘살면 되지 라는 마인드의 장사꾼을 뽑았으니 지구의 미래가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