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이름을 세연이라고 부르자. 그는 2030년에 남한의 부산에서 태어날 귀엽기 짝이 없는 여자 아기다. 그가 첫 고고성(呱呱聲)을 울릴 때 통계학적으로 보면 그는 약 90세의 수명을 갖는다. 반면에 미국 캔서스 시에서 같은 해에 태어날 매디슨은 그보다 7년 앞서 죽을 것이다. 사인?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리처드 코언이 최근에 쓴 ‘미국인이라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 서두다.

한국을 포함한 20여 개국의 시민들보다 미국인들의 평균수명이 짧다고 개탄하는 그 글에서 코언은 여러 이유들을 제시한다. 외국사람들보다 높은 비만증, 약물중독과 자동차 사고율에 더해 웬만한 분규도 총기로 해결하는 현상 등이다. 그에 더해 형편없는 미국의 의료제도도 언급한다.

코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1960년대 말부터 워싱턴 포스트의 민완기자로 활약하던 때 그의 기사들을 읽었던 것이 회고된다. 특히 워터게이트 사건을 전후해서 메릴랜드 정치판을 취재했던 그는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의 뻔뻔스러운 독직사건을 파헤치는 데 큰 역할을 했었다. 애그뉴는 메릴랜드 주지사를 하던 중 닉슨에게 발탁돼 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뇌물수수가 들통이 나서 미국역사상 최초로 1973년 10월 부통령직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닉슨은 하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이던 제럴드 포드를 부통령에 임명했다. 이어 닉슨 자신이 1974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하원에서 탄핵되어 상원에서 재판을 받기 직전에 사직했기에 포드는 대통령이 되었다. 포드는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것임을 알면서도 국익을 위해 닉슨을 사전 사면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조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상원의 조사위원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이었던 샘 어빈(민주당)이었다. 그런데 바로 어빈의 상원 자리를 현재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리처드 버어(공화당)의원이다. 그는 상원의 정보위원회 위원장으로 그 위원회에서 러시아의 2016년 대선 방해교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난 달 20일 하원정보위원회의 공개 청문회에서 코미 FBI 국장이 FBI에서 러시아의 대선교란 사건을 수사 중이며 그 조사 가운데는 러시아 첩보관리들과 트럼프 선거진영의 사람들이 협조했었는지도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누네즈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공화, 캘리포니아)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언행을 보여줘 위원회 소속 민주당의원들과 매스미디어의 지탄을 받고 있다.

누네즈와는 대조적으로 버어 상원의원은 마크워너(민주, 버지니아)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과 합심하여 러시아의 선거 교란행위를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천명한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첫 공개청문회는 지난 30일 개최되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2016년 대선교란 방해사건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을 적시했다. 푸틴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첩보기관들이 컴퓨터 해커들을 고용해서 클린턴 선거진영과 민주당 전당위원회의 파일을 해킹해서 클린턴에게 불리한 내용들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가짜뉴스를 양산 확대시키기 위해 수천명의 컴퓨터 전문가들을 고용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날 증언한 세 명의 전문가들은 조지타운 대학 교수등 안보관계 전문가들로 러시아의 그같은 행위들의 효시로 소련 공산제국의 국제공산화 선전공세를 꼽았다.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도 자진해서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단다.

그러나 무엇보다 트럼프의 세금보고서가 공개되어야만 러시아 커넥션이 밝혀질 것이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양산으로 상원 정보위원회의 진실추구가 얼마나 방해받을 지가 주목된다. 만약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깊은 금전관계 때문에 푸틴을 예찬하는 것이며 플린 전 국가안전보좌관등의 러시아 관리들과의 ‘조율’이 실제로 공화당 대선 강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등이 밝혀진다면 핵 폭풍급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워터게이트 때처럼 부통령인 펜스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누가 장래를 정확이 예측하랴.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