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11명이 대통령자리를 거쳐갔다. 이 중 한 명은 민중 봉기로 하야한 후 망명가 죽었고 한 명은 쿠데타로 쫓겨났고 한 명은 암살당했으며 한 명은 군부의 압력으로 사퇴했고 두 명은 퇴임 후 감옥에 갔으며 한 명은 자식이 감옥에 간 후 자살을 기도했고 또 하나는 3 자식이 모두 기소됐으며 다른 하나는 뇌물죄로 조사받다 자살했고 또 하나는 형과 멘토, 왕차관 등 주변 인물들이 모조리 감옥에 간 후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11번째 인물인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난 후 불과 20여일 만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로써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는 격언도 한국 대통령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비참한 종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이번 구속은 전적으로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방조내지 공모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사실이 드러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했다. 사교 교주 최태민과 그 딸로 탐욕과 오만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는 최순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만고의 명문을 남긴 정유라를 싸고 돈 죄만 해도 국민 앞에 머리를 들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어째서 자신만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낡은 보수의 시대는 끝났고 오는 5월 9일 대선과 함께 한국 정치는 새출발을 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과 ‘국민의 당’의 안철수가 유력해 보인다.
문재인은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후보다. 그러나 그의 1위는 본인의 능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친노로 불리는 고정표에 박근혜에 환멸을 느낀 중도 좌파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경력으로 내세울 것이라고는 노무현 비서실장밖에 없는데다 그가 지난 수년간 보여준 발언 내용은 경솔한 것 뿐이다. 작년 총선 때 호남이 자신을 버릴 경우 정계 은퇴하겠다고 해놓고 전패한 후 “호남이 자신을 버린 지에 관해서는 좀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금 북한의 핵 개발이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일방적인 선제 공격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미 공조의 균열은 북한의 도발을 불러 올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이 떡수를 연발하고 있는 동안 안철수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4월 총선에는 야권 표를 갈라먹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당’을 창당해 독자 세력 구축에 성공했다. 올 초에는 지지율 1위였던 반기문이 설 지나 사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놔 맞췄고 자신의 지지율이 4위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올 대선은 자신과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지금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1대1로 맞붙을 경우 오히려 우세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되어도 대한민국을 모든 국민이 행복한 꽃동산으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공약은 이뤄질 수 없다. 첫번째 장애는 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를 전체의 3/5으로 만들어놓은 국회 선진화 법이다. 지금 의석 분포는 민주당 120, 자유한국당 93, 국민의 당 39, 바른 정당 33석이다. 어느 당도 법안 통과에 필요한 180석에 크게 못미친다. 각당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지금 한국 정치 상황에서 어느 당도 쉽게 협조를 해줄리 없다. 치고받던 ‘동물 국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하는 ‘식물 국회’로 전락한 현 상황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바뀌지 않는다.
두번째는 보호 무역주의와 자동화, 세계화와 고령화가 요동치는 세계 정세다. 이 상황에서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면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묘책은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않다. 이 또한 문재인 안철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포장해야 한다. 결과는 4년 뒤 실망과 환멸이다. 불행한 한국 대통령의 역사는 언제나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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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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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에 희망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