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감수성이 예민한 주인공 소년 에밀 싱클레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많은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 희대의 명저이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선과 악의 싸움에서 자신의 고통을 그린 편지에 그의 친구 막스 데미안이 답한 유명한 말이 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지금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순시기이다. 이러한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어디 이들 기독교인들뿐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것이다.
우리의 이웃, 직장 혹은 사회에 타인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자기의 과오를 남에게 전가해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남의 재산을 갈취 또는 사기로 상대방을 평생 눈물짓게 하는 사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 약한 자를 깔보거나 짓밟는 사람, 이들 때문에 이웃과 직장, 사회가 혼탁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이들 모두 잘못을 철저히 회개함으로써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정신의학자 칼 융은 말했다. “무의식은 의식으로 바뀌기 전에는 인간의 삶을 방향 짓고 인간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자신의 과오를 운명으로 돌리고 평생 고 모양 고 꼴로 살 것인가.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 인간답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뇌의 5%밖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상적인 판단때도 대부분 이성보다는 무의식에 의존해서 하는 판단이 더 많다는 것이다. 결국 그저 될 대로 돼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굴복, 현재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면 끊임없는 자기 반성, 자기 성찰, 자기 수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의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정되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와 관련, 국민과 정치인들의 찬반이 엇갈리고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모두가 선거에 혈안이고 게다가 나라살림은 엉망이고 국가는 주변국들에 의해 휘둘리고 모든 것이 첩첩산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 잘못을 떠나 나라가 이 지경이 되기 전 일찍이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고 나라도 이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의 이 현실은 본인은 물론, 나라전체의 불행이고 비극이다. 그 책임은 박근혜 자신 뿐 아니라 그의 측근, 그리고 여야 모두와 대한민국 국민전체에게 있다고 본다. 이 참담한 현실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두가 철저한 반성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는 끊을 수 없는 측근과의 숙명적인 고리가 자신과 나라를 오늘에 이르게 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는 참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한때 지도자로서의 태도다.
우리는 지금 이제까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든 것이 새 패러다임으로 이동되는 새로운 세상을 맞고 있다. 한국은 특히 사방으로 나라를 먹겠다고 사자들이 으르렁거리는 정글에 놓여 있다. 누구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정치인과 전국민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할 때다.
이민사회도 60, 70년대에 정착된 사고와 의식으로는 다가오는 새 패러다임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더 넓은 세상,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비상하려면 우선 자신부터 알에서 깨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21세기 문맹자는 읽거나 쓰지 못하는 이들이 아니다. 옳은 것을 익히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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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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