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 4분에 터진 홍정호 선제골 끝까지 지켜 1-0 진땀승
▶ 후반 잇단 위기 넘기고 조 2위 수성, 러시아행 희망 살려
시리아와의 일전에서 전반 4분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홍정호(맨 왼쪽)가 환호하고 있다. 경기 후 안도의 한숨 속에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는 한국 선수들. <연합>
하늘이 도운 것일까. 벼랑 끝으로 몰렸던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호가 다크호스 시리아를 상대로 홈에서 밀리는 경기를 하고도 행운의 승리를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4분 터진 홍정호(장쑤 쑤닝)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로 승리했다. 이로써 최종예선 4승1무2패로 승점 13을 확보한 한국은 이날 홈에서 중국을 1-0으로 따돌린 조 선두 이란(5승2무·승점 17)과 승점 차를 4로 유지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카타르를 홈에서 1-0으로 따돌린 우즈베키스탄(4승3패·승점 12)이 한국과 승점 1점차로 조 3위를 지켰고 한국에 패한 시리아(2승2무3패·승점 8)는 4위를 유지했으나 3위 우즈베크와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졌다.
지난 23일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해 일대 위기상황에 빠졌던 슈틸리케호는 이날 홈경기에서 패할 경우 조 4위까지 밀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배수진을 치고 나섰고 결국 전반 시작 4분 만에 터진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천금 같은 승점 3을 보태는데 성공했다. 또 최종예선 4번의 홈경기에서 전승행진도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선 선제골 이후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물론 후반 막판엔 시리아의 맹공에 가슴 철렁한 위기상황을 잇달아 맞는 등 오히려 밀린 모습을 보여 승리에도 불구, 팬들의 불안감을 지워내지는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대표팀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최전방 원톱에 배치하고 손흥민(토트넘)과 남태희(레퀴야)를 좌우 날개에 배치한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경기 시작 4분만에 선제골이 터지면서 쉽게 흐름을 장악하는 듯 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남태희가 오른쪽 코너킥을 얻어냈고 이를 손흥민이 문전으로 예리하게 올렸는데 공이 두 차례 수비수에 의해 굴절된 후 페널티박스 정면에 있던 홍정호 쪽으로 흐르자 이를 홍정호가 강력한 논스탑 왼발슈팅으로 때려 시리아의 골네트를 출렁였다. 지금까지 최종예선 6경기에서 단 2골만 내준 시리아의 수비벽을 허문 천금같은 골이었다.
한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선제골이 터진 뒤 여세를 몰아 시리아를 몰아쳤으나 초반 상승세를 추가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전반 9분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플레이로 찬스를 노렸으나 불발됐고 11분엔 남태희의 날카로운 슈팅이 상대 수비수 손에 맞고 굴절됐으나 심판이 미처 이를 보지 못했다. 13분엔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받은 김진수(전북)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으나 시리아 골키퍼에 막혔다.
한국이 잇단 찬스를 놓친 뒤 시리아가 공세로 나섰다. 앞선 경기들과는 달리 승점 3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나선 시리아는 전반 30분 왼쪽 프리킥에서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알라 알 시빌리가 골문 바로 앞에서 터닝슛 찬스를 잡았으나 너무 강하게 때린 볼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한국으로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계속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한 시리아를 상대로 고전을 이어갔다. 특히 후반 초반엔 시리아의 계속된 공세에 잇달아 가슴 조리는 상황을 맞아야 했다. 흐름이 심상치 않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8분 고명진(알라얀)을 빼고 한국영(알가라파)을 투입해 변화를 줬고 이를 통해 잠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후반 10분 오른쪽 코너킥을 손흥민이 올려주자 남태희가 헤딩으로 날카롭게 볼의 방향을 돌렸으나 볼을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고 이어 16분 남태희의 왼발슈팅과 17분 황희찬의 쇄도, 20분 남태희의 오른발 슈팅 등으로 계속 시리아 골문을 위협했으나 여전히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결정적인 찬스는 시리아의 몫이었다. 후반 25분 역습 상황에서 한국은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뚫렸고 골키퍼와 맞선 파라스 알 카팁에게 대포알같은 왼발 슈팅을 내줬지만 골키퍼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의 수퍼 세이브 덕에 거의 확실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알 카팁이 때린 볼은 권순태의 손과 이마에 강타하고 튀어나갔다.
이후 한국은 주장 기성용(스완지)의 투혼을 앞세워 시리아를 밀어붙였지만 계속 마지막 패스가 좋지 못해 결정적인 피니시블로를 날리지 못했다. 이날 중원에서 분전을 펼친 기성용은 후반 39분 오른쪽 측면 사각에서 기습적인 대포알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추가골을 얻지 못한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1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알 카팁에게 또 한 번 완벽한 찬스를 내줬고 알 카팁의 강력한 왼발슈팅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한국 입장에선 원래 한 골차 승리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경기였으나 이때만큼은 한 골차라도 이길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전반 4분 만에 선제 득점을 기록하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했던 패스나 플레이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상대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기도 했고, 행운이 따랐다. 중요한 건 승점 3점을 따 순위를 유지하면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