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빠진 공격라인에 해결사 없었다
▶ 중국 원정서 0-1 무릎…러시아행 먹구름…우즈베크 패배로 A조 2위는 지켜
승리한 중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필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
공한증은 없었다. 한국 축구가 중국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9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테디엄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전반 35분 위다바오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중국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이 중국에 패한 건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3 패배 이후 7년 1개월 만이자 역대 32번째 A매치에서 단 두 번째다. 한국은 이날 패배에도 불구, 역대 전적에서는 중국에 18승12무2패로 절대 우위를 유지했지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패배에도 불구, A조에서 조 2위는 유지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3패·승점 9)이 다크호스 시리아에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한국(3승1무2패, 승점 10)은 불안한 2위 자리를 지켰다. 깜짝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시리아는 2승2무2패로 승점 8을 기록, 한국에 불과 승점 2점차, 우즈베키스탄엔 1점차로 뒤진 4위까지 올라섰고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최종예선 7차전에서 한국을 꺾는다면 한국을 추월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한편 A조 선두 이란은 이날 카타르를 1-0으로 따돌리고 승점 14(4승2무)로 2위 한국과 승점 4점차 간격을 벌려 월드컵 본선 직행에 청신호를 밝혔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부산)을 원톱, 좌우 날개에 남태희(레퀴야)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배치하는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허룽스테디엄(관중 4만명 수용 규모)은 중국 공안 및 보안요원 1만여 명을 제외한 3만여 관중석이 온통 붉은 물결을 이루고 열광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다. 원정 부담속에 경기에 나선 한국은 초반 다소 몸이 굳은 듯 볼 터치와 컨트롤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경기시작 8분 만에 상대 역습를 저지하던 지동원이 경고를 받아 다음 시리아전에 뛰지 못하게 되는 악재까지 나왔다.
초반은 서로간의 탐색전으로 진행된 가운데 한국은 전반 15분 지동원의 중거리포로 포문을 열었고 17분엔 왼쪽 측면에서 이정협이 위협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반 15분 이후부터 한국은 중원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하는 듯 했다. 하지만 28분에는 이용(전북)이 해프라인 부근에서 미끄러지며 볼을 뺏겨 위험한 역습상황을 맞았고 위다바오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키퍼 권순태(가시마) 정면으로 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겼다. 이어 1분 뒤에는 페널타아크 정면에서 남태희가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오른쪽 골대 밖으로 벗어났다.
한국은 계속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골이 없는 우세는 의미가 없었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중국의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전반 35분 중국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위다바오가 킥이 올라오는 순간 앞으로 달려 나오며 날카롭게 머리를 돌리는 헤딩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열어 제쳤다. 멍하니 서서 상대 주공격수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친 수비가 아쉬웠다. 중국은 이날 포함 최종예선 6경기에서 단 3골을 뽑아내는데 그쳤는데 그 3골이 모두 한국을 상대로 얻어낸 것이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41분 문전에서 남태희가 찬스를 잡는 듯 했으나 순간적으로 슈팅 타이밍을 놓쳤고 이어진 코너킥에선 지동원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며 전반을 득점없이 마쳤다.
적지에서 리드를 내준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정협 대신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을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고, 계속 중국을 압박했으나 끝내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기성용이 후반 13분 위협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으나 중국 골키퍼 쩡정에 막혔고 19분에도 기성용이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문 왼쪽 하단을 노렸으나 다시 한 번 쩡정의 몸을 날린 선방에 막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0분 몸싸움과 저돌적인 돌파에 능한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입해 변화를 꽤했으나 별무신통이었고 오히려 2분 뒤 중국의 위협적인 슈팅을 권순태가 막아내 추기실점을 면했다. 이어 후반 30분에는 남태희의 크로스를 지동원이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이마저도 쩡정의 수퍼세이브에 막히면서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온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9분 남태희를 빼고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24세의 신예 허용준(전남)까지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중국의 골문을 열지 못하면서 뼈아픈 고배를 마셨다. 이제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시리아와의 7차전은 한국 입장에서 무조건 이겨야 할 사실상 ‘단두대 매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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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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