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섹션 사랑하니까… 혼전계약서 씁시다!>
혼전계약서를 쓰기 위한 노하우
‘혼전 계약서’((prenuptial agreement),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생뚱맞고 거슬리기도 하는 단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 한시라도 못 보면 죽을 것 같던 상대가 어느 순간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의 이중성이다. 혼전계약서를 쓴다고 해서 이혼을 전제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결혼생활을 성실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효율적 장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혼전계약서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본다.
▶재산분할 논란 사전 예방
미국에 살고 있는 B씨는 몇 년 전 결혼하면서 변호사를 두고 혼전계약서를 썼다. “최대한의 노력으로도 결혼 유지를 할 수가 없을 때, 논란이 될 수 있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미리 정리를 해두어서 서로 바닥까지 보이는 것은 막자라는 취지”에서였다. “혼전계약서를 쓰면서 결혼하기 전에 서로 나눠야 하는 여러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혼전계약서가 낯선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결혼 전(premarital, prenuptial) 작성하는 부부 쌍방의 계약서로, 결혼 종료시 재산 분할에 대한 내용을 담는 문서를 말한다. 이혼을 해야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문서다. B씨는 오히려 한국의 친구들에게도 이왕이면 혼전계약서를 쓸 것을 추천하고 있다.
한국의 100억대 자산가 A씨는 결혼 전 아내 될 사람과 혼전계약서를 쓰고 싶어 변호사를 찾았다. 혹시라도 이혼시 발생할 재산분할에 대한 분란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A씨가 특유재산(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야박한 계산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결혼생활 3년 후 이혼시 수억원을 지급하고 햇수가 늘어날수록 금액도 제법 크게 비례하는 내용으로 오히려 변호사를 놀라게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초안은 빛을 보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결혼하기 전에 이혼부터 전제하고 있냐는 힐난을 받을 것이 너무 뻔해 도무지 신부 앞에 들이밀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혼전계약서 쓰고 싶은데…”
미국 억만장자와 할리웃 스타들이나 쓰는 것으로 인식되던 혼전계약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필요성이 제기되던 혼전계약서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처럼 유명인사들의 불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소재. 사랑과 돈이 반대말은 아니라는 명확한 인식의 변화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의 한 결혼정보업체가 25~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혼전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53.1%로 절반을 넘었다. 그 중에서도 나이가 많아 소득도 높을 가능성이 있는 35~39세 연령대에서 56.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민법 제829조에 결혼 전 각자의 재산과 채무를 정리해 법원에 등기를 하도록 규정한 ‘부부재산약정등기’ 조문이 있으나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혼인계약서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계약서를 쓰기 위해 변호사를 찾는 예비부부는 아직 많지 않다는 게 가사 전문 변호사들의 전언이다. 드러내놓고 돈 문제를 거론하기 꺼려하는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와 법적, 제도적 장치 미비로 쓰고 싶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혼전계약서가 이혼시 재산분할의 내용만 담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의 예비부부들은 부부생활 수칙 등 보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재산과 관련된 조항과 기타 조항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한 조건이 다르다는 것. 서혜진 변호사는 “동산이나 부동산 등 재산과 관련된 계약일 경우 제3자 공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증을 받아야 효력이 인정되는 반면 부부 상호간 지켜야 할 혼인생활의 원칙 등은 당사자간 약정으로 그 자체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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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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