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국회가 의결, 소추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 파면하였다. 이는 유신헌법의 부메랑이다. 1972년 유신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틀을 마련하였다. 그 일환으로 ‘헌법 위원회’를 설립하여, 탄핵 심판 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탄핵 결정권’을 빼앗아 오고, 또한 대법원이 가지고 있던 ‘위헌법률 심사권’ ‘정당해산권’을 가져 와서 삼권분립 원칙하의 대통령 견제를 무력화 시켰다.
이 헌법 위원회가 바로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전신인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위해 만든 헌법재판소에 의해 박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해 대통령 지위와 권력 남용을 핵심 탄핵 사유로 인정하였다. 더욱이 안창호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정경 유착의 정치적 폐습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개헌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안 재판관의 지적에 대해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안 재판관의 개헌의 의지에는 동의하나, 방향에 대한 의견은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이원집정부제나 의원 내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는 또 다른 제왕적 대통령을 나오게 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통령의 권력을 쪼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느냐’에 개헌의 생명이 달려 있다.
첫째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들이 한 곳에 집중된 헌법재판소를 폐지하여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헌법과 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도자의 리더십과 자질에 따라 헌정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에는 미국 의회가 탄핵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즉 미국의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권한이 사법부와 입법부로 각각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헌법의 경우 대통령의 탄핵 결정권과 위헌 법률 심사권이 모두 헌법재판소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어 원활한 대통령 견제가 어렵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권력 구조의 재편성을 통한 개헌을 이루고자 한다면 ‘탄핵 결정권’은 국회로, 그리고 ‘위헌 법률 심사권’(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대법원으로 옮겨야 한다. 만약 헌법재판소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연방 대법원처럼 위헌 법률 심사권만 부여하면 된다. 또한 헌법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미국 연방 대법원처럼 판사의 임기를 종신제로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 아닌 권한들은 국회로 넘겨야 한다. 한국 헌법은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를 혼합하여 권력을 대통령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권한을 이동시켜 주면 된다. 따라서 이원집정제나 의원내각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외치’와 ‘내치’로의 분산은 오히려 국정의 혼란을 야기 시켜 대통령제의 기능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국 대통령의 권한 중에 ‘내치’ 권력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 생긴 것이 아닌 만큼, 이원집정제는 삼권 분립하의 권력 구조를 파괴하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의원내각제는 상징적인 여왕이 있는 영국이나 천황이 있는 일본에서 가능한 제도이다. 한국처럼 제왕적 상징을 씻어 내고자 하는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또 다른 의미의 ‘제왕적 총리’가 안 나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헌의 방향은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고 권한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에게 법률안 제출권이 없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로 옮기면 의원내각제를 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 중에 대통령 직속으로 감사원을 둔 나라는 없다. 미국의 GAO(회계 감사국)처럼, 국회 산하로 감사원을 옮겨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권한을 축소하여야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앨 수 있다. 결국, 민주적인 삼권분립 하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바탕을 둔 권력 구조의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이 개헌의 대안이다. 개헌은 좌파나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개헌은 인치냐 아니면 법치냐를 선택하는 문제이다. 사심 없는 법치가 한국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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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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