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교인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참으로 좋은 영화 한편을 봤다. 흑백 차별을 합법화 하는 짐 크로 법 (Jim Crow Laws) 이 여전히 시행되던 1960 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Hidden Figures 다. 예상대로 좋은 강연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준 걸작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포함해서 여기 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는 흑인 꼬마 소녀 캐떠린 고블 (Katherine Goble) 의 수학적 천재성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어린 아이가 고등수학을 척척 풀어내는 장면은 이 아이의 미래가 어찌 될지를 예측케 한다. 캐떠린의 천재성은 결국 그녀를 NASA (항공우주센터) 에서 일하도록 만든다. 그 곳에서 캐떠린은 또 다른 수재들인 흑인 여성 도로씨와 메리를 만나 가까운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들은 차별로 인해 NASA 의 후미진 서쪽 낡은 빌딩에서 흑인여성들만 모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한다.
당시 NASA 는 유인우주선 발사에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백인들만 일하는 우주선 발사 통제센터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때 캐떠린이 흑인여성 최초로 통제센터로 발탁된다. 그곳에서 캐떠린은 수학적 난제를 정확히 풀어내 우주선 비행과 귀환이 성공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력이 편견을 물리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캐떠린이 겪는 인종적 모멸감은 엄청나다. 백인들은 처음에 캐떠린의 존재조차 거부한다.‘흑인 그것도 여자가 감히’와 같은 편견때문에 그녀를 무시하며 잡일만 시킨다. 영화에서 사람들을 가장 많이 울린 장면은 흑인여성전용화장실 (Colored Ladies Restroom) 이다. 백인들만 일하는 빌딩에는 캐떠린이 사용할 화장실이 없다. 캐떠린은 할 수 없이 수백미터 떨어진 후미진 빌딩까지 가서 흑인여성전용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한다.
영화는 캐떠린이 급할 때마다 흑인여성전용화장실로 갔다오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화장실 사용을 위해 힐을 신고 달리는 모습, 비를 맞아 머리가 흠뻑 젖은 모습, 서류화일을 떨어뜨리는 모습등이다. 그 장면들 속에서 차별이라는 죄악이 만든 잔인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잔인함 속에 아무리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격적 대접을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더욱 분노할 일은 그녀가 그런 어려움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중 그 누구보다 그녀의 괴로움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차별 속에서도 캐떠린은 결국 실력을 인정 받는다. 그녀의 친구 도로씨 또한 심한 모욕 속에서도 백인남성을 물리치고 컴퓨터연산실 총 책임자가 된다. 메리는 법정 다툼 끝에 금지된 백인학교에서 흑인여성 최초로 공학학위를 받는다. 최악의 환경 속에서 이루어 낸 최선의 결과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그런 위대함을 발휘하게 만들까? 정의를 향한 용기다. 캐떠린의 용기로 인해 NASA 총임자가 망치로 흑인전용화장실 싸인을 부수어 버리는 장면은 정의가 승리함을 알린다. 영화 결말에 캐떠린을 차별하던 백인들이 그녀에게 커피를 정중히 제공하고 수행비서처럼 그녀를 도와주는 장면은 빛이 어둠을 물리치고 진리가 거짓을 처단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의 정의와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인간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하나님이 심어 놓으신 신적 성품 (하나님의 형상) 이다. 신적 성품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답게 살도록 만든다. 차별과 편견이 죄의 파생품임을 깨닫게 한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 드러나도록 이끈다.
세상에는 유명한 위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감추어진 위인들도 많다. 제도와 태생적 차별로 인해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희생양으로 감추어진 제 2의 모짜르트,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있다. 그것을 기억한다면 교만보다는 더욱 겸손할 일이다.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이 이끄는 선함과 위대함을 드러내기 위해 쓰임 받도록 용기를 발휘할 일이다. 세상은 그런 용기를 통해 더욱 아름다와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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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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