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2R 진출 실패 아쉬워 오승환 출전해줘 고마워
▶ 후배들 하체훈련 기본 쌓아야 사령탑 누가 되든 기다려줘야
마지막 경기 대만전을 끝으로 국가대표 사령탑직을 내려놓은 김인식 감독.
전화걸기가 주저스러웠다. WBC 대만전 경기가 전날밤 11시를 넘겨 끝났으니 새벽시간 귀가했을 노감독의 컨디션이 걱정돼서다.
“많이 미안하지. 1차전 이스라엘 못 이긴 것은 참 아쉬움이 많이 남고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어. 못 이긴 것은 다 감독 책임이지” 오후시간 들어 통화된 김인식 감독의 음색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스라엘전만 이겼어도 플레이오프 한번 더 할 수 있었는데 야구팬들이나 모두에게 많이 죄스러워” 15년 국가대표 감독을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했음에도 WBC 2라운드 진출 실패의 책임이 그를 한없이 짓누르는 모양이다.
15년. 태극마크를 달고 야구대표팀을 이끌어온 김인식 감독의 이력은 화려했다. 2006 WBC 4강에 2009 WBC 준우승을 차지했다.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도 올랐다. 특히 WBC 1, 2회 대회는 2004년 찾아온 뇌경색으로부터 재활하는 과정에서 중책을 맡은 것이었다. 그가 '국민감독'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도 화려한 피날레를 누구 못지않게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의 마지막 대회에서 그는 실패했다. 그 소회에 대해 노감독은 “승부가 언제 뜻대로 되나. 좋은 성과내고 싶은 거야 나 이상 누가 더 원했을까마는 그런게 승부지 뭐”하고 체념한다.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활약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움을 전한후 따로 할애해 오승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참 저도 많이 심란했을텐데 아무말 없이 와서 열심히 해준거 너무 고맙지. 이번에 오승환을 뽑게 해준 것도 고맙고. 승환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하위리그 내몰리면 그게 무슨 망신야” 한다.
오승환에 대한 칭찬은 우리 야구 현실에 대한 문제로 넘어간다. “3할타자가 35명이란게 무슨 말야. 투수가 못한다는 얘기잖아. 승환이 딱 올라오니까 대만애들 못치잖아. 근데 10년이상 오승환 류현진 김광현 같은 선수가 안나오고 있어. 아마추어에서 안나오거나 아마에서 좋은 애 보내줘도 프로가 못키우거나 둘 중 하난데 특히 어려서부터 하체운동을 시키는데 우리가 많이 인색해. 일본 팀들이랑 많이 경기하다보면 그런걸 많이 느껴. 하체 잘 단련해서 밸런스가 딱 잡히면 투구할 때 그 힘이 바로 느껴진다고. 어린 선수들 데리고 손장난이나 가르치고 할 일이 아냐” 한다.
이제 젊은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넘기면서 당부도 잊지않는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사령탑을 맡더라도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실패도 있겠지. 그때마다 너무 비난만 하면 곤란해. 내가 15년 국가대표 감독한 게 내가 잘나서가 아니잖아. 다들 비난이 두려워서 피하고 하니까 그런거지. 특히 재야에 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 한번 실패하고 비난에 매몰되면 현장등용이 안되니 기피할 수밖에 없는 거라구. 어느 정도 완성될 때까지는 진득하게 참아주고 기다려줘야돼. 그래야 대표팀이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어”한다.
대만전을 치르면서 국대감독으로 보낸 15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는 감상도 밝힌다.
“매 대회마다 선수들과 부대꼈던 기억들이 사악 스쳐 지나가더라구. 첫대회 때 박찬호 이종범같은 친구들. 그때 이종범이 주장역할하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한 거 하며 이범호 김태균이야 멋도 모르고 했지 그때는. 2회때 봉중군이다 정현욱같은 그런 친구들, 죽 해서 프리미어12까지 함께 해준 선수들, 코칭스태프 고생들 많았고 전력분석팀, KBO직원들 다들 애틋하게 고맙더라고”한다.
마지막 대회의 실패에 대해 김 감독은 “마냥 안되기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우리 야구 현실을 알게 됐잖아. 모르는게 문제지, 문제를 알면 답은 나오게 돼있어. 젊은 사령탑,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그 문제를 풀어가겠지”한다.
대만전 종료후 선수단과 식사자리까지를 마친 시간이 새벽 1시여서 뒤풀이없이 뿔뿔이 헤어졌다는 김 감독은 “다들 바쁜데 뒤풀이는 뭐” 하며 허허 웃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좀 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운동도 하고 KBO 나가고 내가 15년 국대감독으로 겪었던 경험들도 좀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일러주고.. 근데 뭘해도 야구지 뭐. 아는게 그거밖에 없는데”한다.
15년 들고 있던 ‘독이 든 성배'를 막 내려놓은 노감독. 하지만 여전히 야구에서만큼은 벗어나지 못할, 아니 벗어나지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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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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