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은 제109주년 세계여성의 날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Woman)가 시행되었다. 반트럼프 여성행진 주최측이 주도한 총파업으로 참여여성들은 일터에서 근무를 중단하거나 일찍 종료했고 참여하기 어렵다면 사랑과 희생을 뜻하는 빨간색 의상이나 소품을 활용하여 동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서 “나는 여성과 그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에서 하는 필수불가결한 역할들을 매우 존경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과 전세계 여성의 중요한 역할을 다같이 존중하자”고 밝혔다. 고작 이 말로 대선기간동안 뱉어낸 여성 비하 발언이 무마될 수 있을까.
3월 한달은 여성 역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로 한달내내 미국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취하고 공헌한 여성들의 업적을 기린다. 첫 번째 여성의 날에는 뉴욕의 1만 5,000명 여성들이 임금인상, 근무시간 단축, 투표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었다. 그 후 109년이 되었지만 미국은 첫 여성 대통령을 아직 배출하지 못했고 여전히 여성들은 ‘여성 인권도 중요하다’고 시위하고 있다.
최근 강한 내성과 독립심을 지닌 여성 위주 영화가 득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시대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요구함을 알 수 있다. 음정과 박자가 전혀 맞지 않게 노래하는 뉴욕의 사교계 인기 여성이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 ’, 외아들을 홀로 키우는 독립적인 어머니 ‘ 20세기 여자( 20th Century Woman) ’, 흑인여성 수학자 3명을 다룬 ‘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 워싱턴의 여자 로비스트 이야기 ’ 미스 슬론 (Miss Slone)‘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데오도르 멜피 감독의 ‘히든 피겨스 ’ 는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항공우주국(NASA)의 실화다.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발사 머큐리 계획을 성공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버지니아 나사의 랭글리 연구소 흑인 여성 3인의 이야기다
흑인 최초의 나사 엔지니어 메리 잭슨, 인간계산기라 불린 캐서린 존슨, 천재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이들은 일이 바빠서, 화장실을 찾느라 늘 종종거린다.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나사 연구실, 백인들이 가득한 속에 흑인여성은 단 3명이다. 수학 천재들이지만 “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하고 백인여성에게 묻자 대답대신 킥킥 웃고 그들의 존재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에는 아무 표시가 없다. 백인 여성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60년대 흑백 분리 정책 속에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향해 20분간 뛰어다녀야 하는 이 모욕감, 수치심, 분노는 음울하기 짝이 없다. 연구실에서 다른 건물 속에 숨겨진 흑인 화장실을 찾아 800미터를 질주하는 순간, 들려오는 음악은 퍼렐 윌리엄스 곡의 ‘ Runnin’ 기가 막히고 절통한 순간에 박자에 맞춰 춤추고 싶은 음악이 경쾌하게 들린다. 분노와 수치를 긍정적 마인드로 바꿔버린다.
이렇게 모든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한 흑인 여성 셋은 우주인 존 글렌의 캡슐이 지구 궤도이탈을 하지 않고 그랜드 티크 섬에 성공적으로 도착할 수 있게 천재적 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시당하고 평가절하 되어 역사 속에 사라지는데 거의 60년이 다 되어서 책으로, 영화로 이들이 살아났다.
사실, 미국에 이민 와 사는 한인여성들은 ‘미국에서는 둘이 벌어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 해야만 살 수 있다’ 등등의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여성에게 가정살림과 육아는 덤으로 딸려온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하루종일 밖에 나가 일하면서 집안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일하는 집이 얼마나 있는가?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곳이 많다. 여성은 특별하지 않다. 그냥 평등하면 된다. ‘ 이 나라 모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태어났다. ’ 여기서 “여성이$” 를 거듭 강조해도 된다. 영화를 빌려 이 말을 인용해 본다. “천재성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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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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