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운명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의 향방을 결정짓는 이정표적 사건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당해 물러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길 앞에 대한민국이 섰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대립이 격렬했던 만큼 후폭풍이 없을 수는 없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며 ‘내란’ ‘폭동’ 운운까지 나오니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나라 안팎이 혼돈의 격랑에 휩쓸리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들 모두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8인 재판관은 한국시간 10일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 발표와 함께 박 대통령은 10일자로 대통령 직을 내려놓고 청와대를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로써 지난 3개월 한국을 극심한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었던 탄핵정국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한 지난 12월9일 이후 장장 92일, 한국민은 물론 재외한인들까지 우리 모두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분노와 증오의 열병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라가 두 동강나고, 미주한인사회가 둘로 갈라져서 적의에 찬 대립을 했다. 이제 그 모두를 내려놓을 때이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보는 견해가 다를 뿐 근원은 ‘나라 사랑’으로 같다. 애국심으로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들었다. 이제는 나라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겠다. 국론 분열이 더 이상 이어진다면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탄핵정국을 뒤로 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우선해야 할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뿌리로 한다. 법치 없이 민주주의는 작동되지 않는다. 민주국가의 성숙한 시민이라면 개인적으로 탄핵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드러난 사실과 증거를 토대로 8인 헌재 재판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내린 사법적 판단으로 존중해야 한다. 헌재 평결이 실망스럽고 상실감이 크다 하더라도 불복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헌재 결정을 갈등과 분열에 대한 수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급한 과제는 국가 정상화이다. 한국은 지난 3개월 정부도 대통령도 없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한미 FTA 재협상이 거론되며,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한국 관광금지,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보복조치를 가하는 등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국은 맥없이 두 손을 놓고 있었다. 국민 분열, 국정 공백 등 탄핵정국으로 치른 비용이 너무나 크다. 비용을 치른 만큼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파면과 함께 한국은 조기대선 정국으로 들어섰다. 또 다른 의미의 분열과 갈등, 대 혼란이 예상된다.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대선 유·불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상처받고 상심한 ‘태극기’ 세력을 품어 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이 다시 총체적 위기에 빠지지 않고 한 단계 높이 도약하려면 관용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한 표 행사가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를 이번 탄핵사태를 겪으며 배웠으리라 믿는다. 스스로 주권자라는 철저한 인식과 냉철한 판단으로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 주는 의미를 깊이 되새기며 이번에는 올바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겠다.
이번 대선에 재외국민 유권자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미주 한인사회에도 한바탕 대선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탄핵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에 벌어진 그간의 대립 양상을 보면 보수 진보 후보를 둘러싼 과열 선거운동이 우려된다. 정해진 규정 안에서 합리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탄핵정국의 길고 어두운 터널이 끝났다. 묵은 분열과 갈등은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국민 모두가 단합해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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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이시작이지
분열의 시대끝이 아니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