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은 경제, 건강, 교육 같은 객관적인 요인과 편안함, 즐거움, 만족함 등의 주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주어진 삶의 형편에 따라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삶의 질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의 생활수준과 행복의 정도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삶의 질의 버팀목은 돈 문제다.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생존하기 위해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즉 물리적 생존이 우선이고 내적 의식요소인 만족, 행복 등이 뒤따른다.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빵이 먼저고, 다음이 종교 교리일 것이다.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필요 이상의 돈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속의 즐거움과 평안함이 삶의 질의 충분조건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적 요인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종교, 영성, 인간애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종교와 영성을 크게 구별하지 않는다. 과학적인 검사방법도 없고, 두 가지 다 초월적 존재나 초경험적 현상을 믿기 때문이다. 종교, 특히 일신교인 기독교, 이슬람교는 특정한 교리와 특정한 신을 믿는 믿음의 공동체로서 특정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신을 경배한다.
반면 영성은 시야를 좀 넓혀 신은 물론 자연, 예술, 우주 등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내면의 길잡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전까지는 영성이 종교의 일부였는데 지금은 종교가 영성의 하나로 변했다. 종교나 영성은 모두 선을 행하고, 덕을 베풀며, 이웃과 자연을 사랑하고, 돌보는 행위를 추구한다. 인류애는 신이나 초월적 존재의 요소가 빠진 게 다르다.
“삶에서 원하던 모든 게 나로 부터 떠나 버렸어요. 이제 지구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아요?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어떻게 될까요, 너무나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이 의사나 성직자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들은 대답을 피하고 병원 소속 성직자에게 공을 넘긴다.
만성질환이나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내면의 평화와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는 영성치료만큼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종교와 영성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들이 졸업 후 새내기 의사가 되면 환자들의 믿음체계에 비교적 관심을 갖고 진료를 하리라 믿고 싶다.
노인병원에 근무하면 죽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죽음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 토록 고통스러웠던 통증과 숨쉬기의 불편함을 내려놓고 대부분 편안한 얼굴로 생을 마친다. 태어날 때는 울었는데 죽을 때는 왜 그 반대일까 아직도 내 수수께끼 중의 하나다.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숨소리도 점점 멀어지면서 마지막 숨이 끊어진 후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남기고 떠나셨어요, 아주 만족하신 모습이었어요.”
사망한 환자의 부인이 들려준 말이다. 어떻게 죽느냐도 삶의 질과 관계가 많은 듯싶다.
세월의 흐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질병의 치료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말 까지는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여 병을 치료하는 홀리스틱(Holistic) 접근이었다. 그 후 의학의 급속한 발달은 모든 치료원칙을 과학적 기준 하에 증상을 없애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마치 인간의 신체를 여러 부품들로 조립된 기계로 생각하여 부품이 고장 나면 손질하듯 신체장기가 손상되면 그 부분만 고쳐주는 방향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스마트 폰 등 정보산업의 기기들이 인간생활의 대부분을 지배하기에 이르자 최근 들어 인간의 존재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기계와 달라 인체는 감정과 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기에 증상완화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체적 치료방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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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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