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트럼프에 관한 칼럼을 자주 써온 게 지겨워서 이번 주에는 딴 것을 써보고자 마음먹었다. 늙어가는 일에 관해 쓸까도 생각해봤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보며 느낀 것을 써 볼까도 했다.
그런데 웬걸, 트럼프 대통령이 2월28일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한 연설이 민주당 성향 국민들로부터도 50퍼센트 넘는 지지를 받는 이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통령스럽다”고 호평을 받은 게 단 하루 뿐, 3월2일 트럼프의 백악관을 혼돈에 빠지게 만든 신문보도가 연이어 나와 내 칼럼 구상이 온통 망가져 버렸다. 트럼프가 “나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적이 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대표”라고 규정한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지의 2일자 기사들은 내용의 진위에 따라 트럼프 정권의 조기 퇴진마저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포스트지는 제 1면 기사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주미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키스리악과 두 차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정치인들 중 최초로 2016년 2월, 트럼프의 대선운동에 현직 상원의원으로 합류했던 세션스는 그 논공행상으로 법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트럼프 선거진영과 러시아가 접촉을 한 일이 있는가라는 서면과 청문회장 질의에 “No”라고 대답했기 때문에 위증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심각한 사태가 야기된 것이다.
세션스의 대변인이나 백악관 쪽에서는 세션스가 연방상원 군사분과위원 자격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 대사들을 만나오는 과정에서 키스리악 대사를 만난 것이고 선거문제는 토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No”란 대답이 맞는 것이라는 견강부회적인 해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상·하 양원의 민주당 원내총무들과 일부 유명의원들은 그 같은 위증이 사법제도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상실로 이어지는 만큼 사직하라고 촉구했다. 심지어는 공화당의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들 몇 명도 법무부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컴퓨터를 해킹해서 2016년 대선을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획책하고 집행했다는 혐의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세션스가 자진 기피를 하고 다른 사람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3일 새 항공모함에서 짧은 연설을 하기 전에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세션스가 러시아 대사를 만난 줄을 몰랐다고 하면서도 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의 특종기사를 쓴 세 명의 기자들은 세션스 쪽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2016년도 상원 군사분과위원회의 26명 의원들과 연락해서 세션스처럼 2016년 러시아 대사를 만난 적이 있는가를 확인하려했다. 6명은 기사 마감 때까지 답이 없었지만 존 매케인 위원장을 포함한 20명은 작년에 러시아 대사를 만난 적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세션스 장관은 2일 오후 늦게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은 선거에 관한 한 러시아와 접촉이 없었다는 의미였음으로 진실이라고 변명하면서도 법무부가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진영과의 관계 등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자진 기피를 하겠다고 발표한다.
뉴욕타임스의 특종 역시 익명의 여러 뉴스 소스에 입각한 민완 기자들의 보도였다. 그것은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한 달 정도 기간 중 오바마의 관리들이 대선 과정 중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트럼프 진영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노력과 아울러 트럼프 진영의 사람들이 러시아인들과 유럽에서 만나 회의한 내용에 대한 영국과 네덜란드 첩보기관의 제보 등의 특급 비밀들을 여러 정보기관들이 공유하게 조처했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상·하 양원의 조사 및 법무성 특별검사의 조사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제 임기를 채울지, 단명일지가 결판날 것이다. 지금으로선 공이 어디로 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트럼프가 제일 미워하는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거짓말을 파헤치는 진실보도로 트럼프의 적대감을 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두 신문들이나 진실보도와 논평으로 국민들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다른 언론 기관들이 미국 국민들의 적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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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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