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대사관의 선임공사(Deputy Chief of Mission) 관저로 초청을 받았다. 이 공사는 대사 다음으로 높은 위치의 외교관이라고 한다. 일본어 교육에 관해 의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나로서는 당연히 초청에 응했다. 그리고 또한 일본 정부의 관심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이날 초청에는 나 외에도 또 다른 교육위원 한 명이 포함 되었다. 그리고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몇몇 학교의 교장들과 교육청의 외국어 담당 과장도 참석했다. 또한 페어팩스 카운티의 일부 학부모들도 초청되었다. 그 외 다른 학군의 일본어 과목 담당자와 사립학교 교장도 소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페어팩스 카운티가 우선 초청 대상이었음이 확실했다.
이번 초청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지난 2월 중순 쯤 일본 대사관의 공보담당 공사로부터 일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편지에서 공보담당 공사는 일본어 교육이 어떻게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 발전과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또한 버지니아 주에서만 해도 250개 정도의 일본 기업체가 13,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에 미국 방문 일본 여행객이 370만 명이 넘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교육위원회가 일본어 심층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가 18년간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이렇게 외국 대사관으로부터 자국의 언어 교육 프로그램 관계로 편지를 받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호기심은 더욱 발동 되었고 나도 일본 외교관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었다.
사실 워싱턴 지역에서 페어팩스 카운티처럼 여러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학군도 없다. 현재 8개의 고등학교와 6개의 중학교 그리고 3개의 초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수와 비교한다면 중·고등학교 레벨은 거의 비슷한 숫자다. 단지 초등학교 레벨은 중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9군데로 일본어에 비해 훨씬 많다. 그러나 심층수업을 제공하는 초등학교에 있어서는 일본어의 경우 두 군데가 되는 반면 중국어는 한 곳도 없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 숫자의 변화를 보면 일본어의 경우 5년 전에 비해 다소 감소한 반면 중국어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그래서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일본어 보다 많다. 아마도 이러한 추세를 파악하고 있는 일본 대사관 측에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것이 금요일 저녁 모임을 주선한 배경이 아니었을까 내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나는 교육위원으로서 어느 외국어든지 상관없이 페어팩스 카운티 학생들이 공부하기 원하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실 그 날 일본 대사관 담당자들을 조금 긴장시키고 자극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어가 이제는 영어 다음으로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일본어 교육이 중국어 교육에 점점 더 뒤쳐지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어 교사를 확보하는 일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일본어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 수 증가를 위해서는 초기에 재정적 지원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 부분에 있어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보다도 못 하다는 아픈 얘기도 했다.
어쨌든 일본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 그 동안 한국어 교육 부분에 있어 적잖게 재정 지원을 해 준 한국 정부에 다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또한 일본 정부의 관심은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이 곳의 한인사회에도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 분명히 생각해 볼 과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이 지역에 일본계 학생들이 별로 거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인 학생들 숫자가 상당히 많은 이 지역 한인사회는 과연 어떠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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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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