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장군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던진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당시는 이라크전 개전초기였고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북부 관할지역을 노련하고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군병력 증강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탁월한 정치적 식견을 지닌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더 많은 외교관과 전문 지원인력, 비 군사부문 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최소개입”(light footprints) 전략에 각을 세우지 않는 방식으로 질문에 답변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시아파와 수니파, 그리고 크루드족 사이의 골 깊은 종파분쟁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이슈들에 관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라크의 역사와 정치, 언어에 무지한 스물 두 살짜리 미군 병사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예산을 540억 달러 증액하고 국무부와 해외지원 및 기타 민간 부서의 대대적 예산 삭감을 통해 늘어난 군사비를 상쇄할 것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퍼트레이어스 장군과 나눈 대화내용을 떠올렸다.
트럼프는 “감히 우리의 군사력을 의심하는 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국방예산을 늘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미국의 군사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미군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2015년도 방위예산은 러시아 국방비 규모의 9배, 중국 군비의 3배에 달했다.
지난 25년간 미국은 부실하고 빈약한 군사력으로 인해 낭패를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2007년도에 행한 강연을 통해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통해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군사력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외교, 전략적 소통, 해외지원, 민간 활동과 경제개발 및 재건 등 국가안보의 민간 부문 지출을 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머리가 돌아가는 적대국이라면 미군의 탱크와 함정에 그들의 탱크와 함정으로 맞서려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국지적 항쟁과 테러리즘, 사이버전이라는 비대칭적 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도전에 대한 응전은 개선된 비군사적 역량을 요구한다. 2013년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다 앉힌 전략을 검토해보자.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의 대 이란 제재에 동의하도록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고 터키 등 인접국들로부터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전개했다.
미국의 경제력을 지렛대삼아 재무부가 마련한 기발하고 강력한 제재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데 한몫 했다. 바로 이것이 현대 세계에서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트럼프는 최근 정부 운영방식의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의 명확한 표적은 국방부가 되어야 마땅하다. 국방부야말로 정부예산 낭비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관료체제인 국방부는 주택과 건강보험에서 연금에 이르기까지 300만 명의 직원들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유사 사회주의 시스템을 운영한다.
국방부 산하 국방업무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운영상의 비효율성을 제거함으로써 향후 5년에 걸쳐 총 1,250억 달러의 방위예산을 간단히 절약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국방부 고위관리들은 이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신속히 사장시켰다.)
이 정도의 비용절감액은 국무부 전체와 모든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합한 예산의 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이츠는 평소 “군악대 부원들의 수가 외교관 전체 숫자보다 많다”는 농담을 즐겨 입에 올렸다. 미국 정부의 외무직원은 통틀어 1만 3,000명에 불과한 반면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민간인은 74만 2,000명이다.
트럼프는 과거에 그랬듯 이번 의회 연설에서도 미국 정부가 중동지역에서 사용한 6조 달러에 트집을 잡았다.
그가 지적한 액수 자체가 다소 과장된 것이긴 하지만 국방부가 전쟁에 나설 경우 전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다는 트럼프의 말은 옳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온라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가 집계한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특별감찰관의 회계감사 결과는 군이 각종 프로젝트에 최소 170억 달러를 낭비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 아래서 국방부 민간인 고문으로 활동했던 로자 브룩스는 상당히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내놓았다. “How Everything Became War and the Military Became Everything”(어떻게 모든 것이 전쟁이 됐고 군이 모든 것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이 책은 다른 모든 정부기관들이 위축된 것과 달리 지속적으로 팽창을 거듭한 군이 어떻게 미국의 정책을 왜곡시켰는지 상세히 기술한다.
책 뒷면에는 “내가 이제껏 읽은 모든 책 가운데 가장 깊은 사고를 유발시킨 서적 중 하나다. 몽유병 환자처럼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우리를 향해 로자는 플래시라이트를 켜들었다”는 서평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찬사를 남긴 주인공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된 제임스 매티스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보스에게 이 책을 건네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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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트 CNN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 ‘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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