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한인들이 모국의 선거에 참여해 참정권을 행사한 것은 50년 전이 처음이었다. 지난 196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해외 부재자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장병이나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현지에서 투표를 해 한국으로 공수를 해왔다고 한다. 1971년 선거에서도 이뤄졌던 해외 부재자투표는 1972년 유신헌법이 나오면서 중단됐다.
이후 재외선거는 지난 2007년 한국 헌법재판소(헌재)의 해외 한인 참정권 제한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부활된다. 국민의 참정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과 19세 이상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한 선거법에 따라 재외국민도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헌재의 역사적 결정이 2009년 국회의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재외선거를 규정한 선거법이 이번에 다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가능케 하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여야의 공방 속에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한국시간 2일에서야 본회의 표결을 했으니 겨우 막차를 탄 셈이다.
이같은 소동은 현행 한국 공직선거법의 간단한 조항 하나 때문이었다. 선거법 부칙에 대통령의 궐위시 치러지는 조기 선거의 경우 ‘2018년 1월1일 이후’에만 재외선거를 실시하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이 시점 제한 문구를 삭제해 당장이라도 재외유권자의 조기 대선 참여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 이번 개정 내용이다.
지난 2009년 선거법을 바꿔 회복시킨 재외국민 참정권이 본격 시행된 게 2012년부터인데, 조기 선거에 대한 효력은 왜 하필 ‘2018년 시작’으로 못박아놨었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조기 대선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 재외선거를 치르려면 제도가 몇 년 간 정착될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지만, 당시 법 입안자들은 2018년이 되기 전에 이번 대통령 탄핵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한국 대선이 실제로 앞당겨 치러질지는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려있으니 아직 단정은 섣부르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면 5월 중 이른바 ‘벚꽃 대선’이 현실화되지만, 만에 하나 기각될 경우는 이번 국회의 선거법 개정 소동이 결국 헛수고가 된다. 헌재의 위헌 판결로 인해 가능해진 재외선거 참여 기회가 이번에도 헌재의 결정에 따라 언제 행사할 수 있을지가 좌우되는 상황도 우연은 아니어 보인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두고 나라가 두 동강 난 것 같은 현 상황이 헌재의 결정 이후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인용으로 나오든 기각으로 나오든, 그 반대 입장에서는 결정에 반발해 들고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한데, 이같은 분위기가 선거 과정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게 걱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혼란은 재외선거가 치러질 미국 등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재외선거 담당자들이 가진 고민이다. 해외 지역에서 규정에 벗어나는 선거운동이나 비방 등 선거 관련 법 위반에 대한 규제력이 사실상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라면 궁극적으로 ‘표로 보여준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절차의 테두리에서 표로 보여주는 게 정석이기 때문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민심은 어떤 다른 형태가 아닌 결국 자신의 정치적 의사와 가치를 대변하고 추구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으로 귀결돼야 한다.
특히 LA에서는 3월부터 6월까지 예정된 선거가 줄줄이다. LA시 선거가 오는 7일 예선에 이어 5월 본선이 예정돼 있고, LA 한인타운을 포함한 연방하원 34지구에서 한인 로버트 안 후보가 출마한 보궐선거도 4월 예선, 6월 본선 일정이다.
여기에 한국 조기 대선까지 실시된다면 4개월 새 5차례나 선거가 치러지게 되니 올 봄은 보기 드문 연쇄 선거 시즌이 될 상황이다. 미국 선거든 한국 선거든, 권리가 있는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꼭 행사하는 것이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그리고 모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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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사회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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