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쇼팽 인터내셔널 피아노콩쿨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월22일 카네기홀 메인홀에서 뉴욕데뷔 무대를 가졌다. 연주를 앞두고 ‘표 구매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그 표를 마지막 4장 중 2장을 예매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1층, 2층, 드레스 서클, 그리고 137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발코니석의 천장에 머리가 닿을 것같은 제일 꼭대기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관중은 한인 70%, 타인종 30% 정도로 오케스트라석에는 나이든 클래식 매니아층이, 발코니석에는 ‘조성진 매니아’인 젊은층들이 많이 보였다. 연주회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무대에는 밝은 조명 아래 블랙 피아노 한 대와 주인공이 앉기를 기다리는 빈 의자 하나뿐이었다.
한 치의 빈틈없이 가득찬 2,804석, 5,608개의 눈동자가 자신만 바라보는데 흔들림 없이 이 무대를 감동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이 2,804개의 마음을 얻어 환호와 기립 박수를 끌어낼 수 있을까 저으기 염려되었다.
겨울연주회라서 감기환자가 많은 지 악장사이에도, 잠시 피아노 소리가 높아진다 싶으면 연신 기침이 터져 나와 혹여 연주자의 호흡이 흩어질 까 별 걱정이 다 되었는데 조성진은 아무런 미동 없이 연주를 해나갔다. 늠름하고 여유있는 연주로 베르크, 슈베르트, 쇼팽곡에 드뷔시, 쇼팽, 바흐 3곡의 앙콜곡까지 연주를 마치고 무대인사를 하는 미소년의 미소는 싱그러운 봄바람 같았다.
조성진 나이 겨우 23살에 클래식인들의 ‘꿈의 무대’ 카네기홀이 그를 초청한 자리였다.
2월26일에는 LA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85년 1월생인 영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감독상을 수상했다. 하버드대 시각환경학 학생 시절인 2009년 뮤지컬 영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메들린’으로 감독데뷔하여 2014년 장편영화 ‘위플래쉬’에 이어 이번 ‘라라랜드’까지, 그가 만드는 작품마다 상이 쏟아졌다.
이제 겨우 32세인데 스탠리 큐브릭, 제임스 카메론, 스티븐 스필버그, 장이머우 감독 같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솔직히 좀더 있다가 이런 큰 상을 받으면 좋으련만 어린 나이에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 다음 목표가 뭐지? 끝까지 잘해낼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LA를 무대로 배우지망생(에마스톤)과 재즈피아니스트(라이언 로울링)의 사랑과 이별, 성공을 다룬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만약에 내가 이 길을 가지 않고 저 길을 갔더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가지 않은 길을 제시하여 관객의 가슴을 무너지게 만든다. 이 감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 비범한 반전, 독특한 위트, 수많은 미래의 감독에게 영향을 줄 영화를 만들려면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할까? 작가나 화가의 모든 작품이 걸작이 아니며 졸작도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팬으로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다음에 영화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실수로 상을 주었나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나 설사 혹평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찬찬히 다음 계획을 세워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바란다. 먼 훗날 다시 또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있으리라 본다.
이번에 카네기홀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조성진도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시차적응, 연습, 리허설, 인터뷰, 연주회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한 연주스케줄이나 사인회, 악수 등으로 인해 손가락, 손목이 상해선 안되며 무리한 스케줄에는 “노(NO)”라고, 쉬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카네기홀에서 1차 꿈을 이루었다면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은 늘 완성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꽃다운 청춘을 마음껏 누리기 바란다. 좋아한다는 베이커리와 디저트까페,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에 가보고 발레, 전시회, 영화도 체험하며 그 감성 하나 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의 특허인 연애도 열심히 하여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 상처를 극복해 더 깊은 연주로 들려주기 바란다.
또한 작은 홀이라도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 연주를 즐겼으면 한다. 다음 뉴욕무대는 조성진과 뉴욕 필하모닉의 협연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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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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