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바뀜은 인생이 가고 있음을 알게 한다. 다른 겨울답지 않게 이번 겨울은 별 추위도 없이 따뜻하게 지나가나보다. 3월, 춘삼월이다. 길을 지나가다 보면 벌써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아지랑이 가물대는 봄기운이 온 산야에 넘치겠지. 겨울이 없는 곳에선 이런 봄의 기운을 못 느낄 것 같아 아쉽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오면 하늘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 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 주” 김동진작, 김동환시의 ‘봄이 오면’이다.
가을은 낙엽이 지지만 봄은 새싹이 돋는다. 한 겨울 죽은 듯 했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서서히 물이 오르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새싹은 새 생명의 꿈틀거림이다. 싹이 나고, 잎이 피고 꽃이 피면 우리네 마음도 함께 피어나게 한다. 겨우내 추위에 기를 펴지 못했던 산야의 들풀과 꽃들과 나무들이 제 철을 만나는 게 봄이다.
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한다면 봄은 어디에 있을까. 인생의 나이 100살로 치고, 봄의 나이로 따지자면 태어나면서부터 25세까지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26에서 50살은 여름, 51에서 75살은 가을, 75에서 100살은 겨울. 숫자상으로 본 인생 나이의 사계절이다. 허나, 낙천적 마음의 소유자는 늘 봄과 같은 인생을 살아갈 거다.
긍정의 마음, 낙천의 마음. 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늘 긍정적이고 낭만적이라면 그 사람의 계절은 항상 봄날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인생일 거다. 반면에 봄날 같은 따스한 계절에도 부정적이며 불만과 불평 일색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앙상한 나뭇가지 드리운 추운 겨울 같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 거다. 그러니 사람에 달렸다.
계절을 타지 않는 곳에 사는 생명들이 있다. 사시사철 늘 푸른 잎을 유지하고 꽃을 피우는 곳이다. 하우스, 즉 집안에 있는 화초들이다. 화초들은 물만 제 때에만 주면 늘 푸른 잎사귀로 청아함을 선사한다. 그런데 화초들도 물을 제대로 적당량 주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지거나 아님, 물을 너무 주어 뿌리가 썩는 경우도 있음에야.
자연 속에서 자라지 못하고 사람이 집에서 키우고 돌보는 화초들. 그들에겐 사람이 봄을 가져다준다. 일 년에 한 번씩 특히, 겨울에 활짝 꽃을 피우던 선인장 종류의 화초가 이번 겨울엔 꽃을 피우지 못한다. 겨울에도 봄을 맞이하던 화초에게 봄맞이를 못하게 잘못 관리한 거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 뿌리가 허물어져버렸다.
성탄절은 겨울에, 추수감사절은 가을에 있지만 부활절은 봄에 있다. 부활이 무엇이던가. 차갑게, 감각 없이 죽어 있던 무생물 같은 존재에 다시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게 부활 아니던가. 죽음에 잠겨 있던 몸과 마음이 사망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는 게 부활이다. 이렇듯 봄은 부활의 계절, 활개를 펴는 다시 살아남의 계절이다.
봄의 부활은 희망과 소망을 품어준다. 뿐만 아니라 봄은 사랑과 용서를 품어주기도 한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을 녹여주는 봄날의 훈훈함은 새로운 작물을 농사짓게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봄날의 따스함은 우리네 사이에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게 해주는 훈훈함을 갖고 있다.
계절의 봄은 짧지만 인생의 봄은 계속된다고 한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 그렇겠다. 인생이란, 마음의 눈에 어느 안경을 끼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늘 봄도 되고 늘 겨울도 될 수 있다. 마음의 눈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안경을 끼고 살면 어떨까. 화가 변하여 복이 되는 안경. 너무 좋은 안경이다. 봄날에 복 들어오는 소리!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니, 건너 마을 젊은 처자 진달래꽃만 따지 말고 내 마음도 따 가주오! 사랑이 꽃피는 계절. 봄, 춘삼월이다. 나이 20대만이 봄이 아니다. 70, 80에도 긍정의 마음, 낭만의 마음이면 늘 봄이다. 희망과 사랑과 용서와 부활의 계절, 봄이다. 전화위복의 안경을 끼고 늘 봄을 만끽하는 인생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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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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