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CBS 뉴스에서 본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모습은 마치 대통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세인트루이스인지 아니면 아니면 캔사스시티인지 한 유대인 묘지에 그가 예고 없이 나타나 양복상의를 벗고는 200여개의 묘비들이 난잡하게 쓰러져 있는 흉측한 묘역을 청소하는 일꾼들 사이에서 손수 갈퀴로 쓰레기를 긁어모으는 장면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워싱턴 스케치(Sketch)란 칼럼과 일요판에서 다른 칼럼들 보다 굵은 활자 크기로 대접 받는 칼럼을 쓰는 대나 밀 뱅크의 최근 칼럼도 역시 그 장면을 언급한다. 그리고 심도 있게 펜스와 트럼프를 대조시킨다.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는 과정에서 반유대주의 (Anti-Semitism)의 행태가 고조된데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을 비교한 것이다.
사전 풀이를 하자면 고대 이스라엘(야곱)의 12지파는 노아홍수에서 살아남은 세 아들 중 셈(Shem)계통에서 태어난 아브라함을 할아버지로 두었기 때문에 ‘Anti-Semitism’ 하면 유대인 증오주의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밀 뱅크는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을 자주 피력했기 때문에 반유대주의가 더 날개를 달았으며 백인 국가주의 우익인 스티븐 배넌을 백악관의 최고 책략가로 임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고 분석한다.
얼마 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기념일을 맞아 발표된 대통령의 성명서에서 유대인 언급을 삭제한 것도 배넌의 입김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수상과의 공동기자 회견에서 한 이스라엘기자가 유대인 학교 등에 걸려오는 폭탄설치 위협 등이 대폭 증가한데 대한 질문을 하자 자신의 대선결과를 자랑하는 엉뚱한 답변을 한 점을 상기시킨다.
21일 트럼프가 흑인역사박물관에 갔을 때 NBC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반유대인주의는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중단될 것이며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마지못한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밀 뱅크는 갈파한다. 적어도 반유대주의에 관한한 배넌을 해고시킴으로써 말 이상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게, 그래서 부통령 펜스를 본받아야 한다는 게 밀 뱅크의 주장이다. 펜스는 연방하원의원 시절 존경받는 정치인이었고 인디애나 주지사로서 행정능력과 경험도 있는데 비해 트럼프는 공직이라고는 가져본 적이 없는데다가 막말의 남발로 그 스스로 무자격 사기꾼임을 보여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들이 속전속결의 성격을 띄우고 있다. 삼권분립 아래서의 입법, 행정, 사법 3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비헌법적이고도 TV쇼에서나 볼 수 있는 즉흥적인 처사를 언론이 분석하고 비난하면 폭스 뉴스나 브레이바트 뉴스처럼 자신에게 맹종하는 일부를 제외한 모든 매스 미디어를 미국인들의 적으로 규정하는 게 트럼프의 행태다. TV쇼 비평자들의 혹평을 미워하는 배우들의 심한 욕질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육체적 건강상실 외에 정신적 질환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 못하게 될 경우 헌정의 연속성을 확보하기위한 조처가 연방헌법 개정 제 25조로 1967년에 추가되었다. 그것의 제 1항은 대통령이 죽거나 사직하거나 탄핵되는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고 규정한다.
제4항은 좀 복잡하다. 부통령과 각료들의 과반수(16개부서의 장관들 중 9)이상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문서화해서 상원임시의장(최고 연장자)과 하원의장에게 송부하는 즉시 부통령은 대통령 대행으로 대통령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기에게는 결격사유가 없다고 상하 양원에 통보하면 다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통보시점으로부터 4일 이내에 부통령과 각료과반수가 반박통지를 하는 경우 그로부터 21일 이내에 상하양원은 회의를 열게 된다. 그리고 재적의원들의 3분의 2이상이 부통령과 각료들의 결정을 지지하는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을 하게 된다.
이 절차는 탄핵소추보다도 더 어렵다. 탄핵은 하원에서 과반수로 시작되어 상원에서 3분의 2이상이 찬표를 던지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25조는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으리라고 그 누가 장담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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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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