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가 연일 미국과 한국 언론에 오르내린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숫자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보다 많았다거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는 절차상 하자이므로 위헌이라고 발언했으며 관련 동영상도 있다거나 등등은 모두 명백한 거짓뉴스다. 지난 해 미국 대선을 전후로 가짜뉴스에 관한 관심이 폭증하였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를 지칭하여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라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요즘 주위에서 가짜뉴스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별히 고국에서 전해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주고받는 정보 가운데 가짜뉴스가 적지 않다. 대부분은 근거 없는 주장들이거나 상대방을 터무니없이 비방하거나, 듣기에 황당한 주장들이 많다.
가짜뉴스는 모양 자체로는 이것이 언론사의 기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기에, 웬만한 사람은 그냥 ‘진짜뉴스’로 인식하게 된다. 가짜뉴스란 ‘네거티브 악성루머’의 일종이며, 단기 효과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와 조작 수준의 허위사실을 의혹인 양 기사나 뉴스매체의 형태로 만들어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가짜뉴스의 형태는 매우 교묘하여 사실(fact)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 놓거나, ‘아니면 말고’식의 당장 확인하기 어렵거나 근거 없는 의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약 90% 진실 속에 10%의 악성루머만 섞어(blending, cocktail)도 진실을 호도하는 엄청난 위력의 가짜뉴스가 된다고 한다.
왜 가짜뉴스를 만들까?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대중의 관심을 조작하여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한다. 혹은 어떤 대결에서 패색이 짙거나, 명분에 있어서 밀리거나, 혹은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거나 정당성이 결여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자 할 때 가짜뉴스라는 부정적 대응방식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언론에서 가짜뉴스의 근원지로 자주 보도되는 몇몇 극우성향의 커뮤니티나 일부 친박단체들의 소셜미디어들에 나타나는 가짜뉴스의 행태들은 이러한 사회적 분석과 일치한다고 본다.
가짜뉴스가 널리 확산되는 이면에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뒷받침 해주는 정보들만 선택적으로 믿으려 한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확증편향‘이 단순히 심리적 경향을 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회적 ‘생존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실 여부, 곧 팩트를 떠나 자신의 심리적 기대를 담은 가짜뉴스로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과시하고 결속을 꾀하려는 경향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가짜뉴스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어떤 사실에 대하여 제대로 검증이나 올바른 판단을 못하게 하고, ‘진짜뉴스’를 ‘가짜뉴스’와 혼동케 하거나,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적 주제를 피곤하고 성가신 존재로 여겨 외면케 하는 노이즈(noise)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가짜뉴스는 사람과 언론에 대하여 불신을 조장하고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하여 무관심을 일으켜, 국민 다수를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짜뉴스에 대하여 엄하게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짜뉴스를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상에서 리트윗, 공유, 펌 등의 형태로 유포하거나 카톡방에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도 이러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세상의 불신을 부추기는 사회적 범죄 행위이다. 그러므로 자신도 모르게 지인들에게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제는 공신력의 상징인 ‘뉴스’를 볼 때에도 가짜와 진짜를 구분해야 하는 ‘웃픈’시대가 왔다. 혼란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한 상식과 올바른 시민의식, 나아가 거짓과 참에 대한 분별력과 집단 지성에 근거한 사회적 통찰력이 요구된다.
가짜뉴스가 아니라 진실과 훈훈한 미담이 인터넷 공간을 채우고, 지인과 지인 사이의 소셜미디어를 흐뭇하게 이어주는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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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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