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을 쏴댔다. 그것도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타이밍에. 그리고 한 주도 못된 시점에 김정남이 피살됐다. 김일성왕조의 백두혈통이라고 하던가. 그 혈통의 적장자가 한낮 국제공항에서 전 세계인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독살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김정은의 혈육독살에 화학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류가 만들어낸 독가스 중 가장 치명적이다. 때문에 화학무기금지협약(CWC)상 생산이 금지됐다. 그 신경성 독가스 ‘VX‘가 사용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혈육을 독살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다. 거기다가 VX를 사용했다. 패륜도 그런 패륜이 없다. 그 자체가 반(反)인도적 범죄다. 국가가 벌인 테러다.
‘그 북한을 국제사회는 공적으로 규탄, 제재해야 한다.’ ‘테러국가로 다시 지정해 전 세계에 북한이 범죄 집단임을 각인 시켜야 한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이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단교를 고려하고 있다. ‘VX암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극악한 전례’라는 지적과 함께 가디언지는 영국도 단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김정은을 직접 거론하면서 ‘매우 화가 난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배제선언을 했다.
경악, 분노…. 국제사회가 보이고 있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대화를 강조하면서. 중국이다.
천암함 사태 때도 그랬다. 핵실험에, 미사일을 쏴 댈 때도 그랬다. 나온 반응은 판박이다. 항상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를 희망한다’고. 김정남이 피살됐다. 그런데 김정남이란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국적의 남성이라고만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대안으로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중국에 대한 일반의 기대였다. 그 기대에 부응해서인가. 베이징은 전례 없이 강경해 보이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산 석탄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보다 못해 중국도 채찍을 들고 나선 것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북한이 극악한 VX암살을 한 마당에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상당히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산 석탄수입금지 조치는 사실에 있어 중국의 국내사정 때문으로 미국에 대한 생색내기에 불과한 조치다. 디플로매트지의 분석이다. 공해문제로 석탄 수요가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국제 석탄가격 상승전망과 함께 중국은 연초에 수입 쿼타를 모두 사용해 북한산 석탄을 사들였다. 수임금지 조치는 별의미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번에 내린 북한산 석탄수입금지 조치도 계속 지켜질지 두고 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북한에는 석탄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사드 배치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롯데그룹에 그 부지제공을 못하도록 경고를 하고 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는 90%에 이른다. 한국은 25%다. 그 남북한을 과거 조공국가 다루듯이 중국은 관리를 하고 있다.” 싱크 탱크 스트랫포의 진단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한(漢)족의 생존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지상과제를 위해 중국은 옛적부터 완충지역을 관리해왔다. 석탄금지조치도, 사드배치 반대 압력도 그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이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함이 없다. ’분단 상태‘라는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를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북한 핵에 대해 베이징은 양면적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 핵은 자위목적이란 해석과 함께 사실상 개발을 허용해왔다. ‘핵 무장 북한‘이 붕괴보다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것이다.
북한 붕괴는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베이징은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했고 관리 가능한 한도에서 남북한 긴장상황을 조성해오면서 한반도 통일을 방해해왔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할까. 그리고 한국사회에 내재된 반(反)일 정서를 파고들어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잇는 3각 동맹을 방해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베이징이 김정남 암살에 화가 안 났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산 석탄수입금지 조치를 중국의 대 북한정책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 분단 유지라는 일관된 전략에 따라 베이징은 엄격한 표정관리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판박이 같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그 중국의 북한 감싸기 전략이 그러면 이번에도 통할까. 그러기에는 워싱턴의 기류가 여간 심상치 않은 게 아니다. 북한 선제타격주장이 거침없이 거론된다. 트럼프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점쳐지는 것이 강대강의 대결구도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상공에 강력한 고기압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한 박근혜 정부 4년 만에 보수정치는 철저히 망가졌다. 외교무대에서도 대한민국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 따위의 내란선동성 말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안보망각증도 그런 망각증이 없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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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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