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음식 먹고 홈스파에 홈 필름 페스티벌까지
▶ 떠나지 않지만 집에서 몸과 마음의 힐링 시간 갖기
평소 읽고 싶었으나 시간이 나지 않았던 책을 한 가득 쌓아놓고 집에서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은 가장 흥겹고 행복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지금, 휴가란 말을 꺼내기가 다소 머쓱하기는 하지만 휴가란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것. 바쁜 현대 생활에서는 휴가라고 해서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행자의 눈으로 일상을 살면 멀리 떠나지 않고도 떠난 것처럼 살 수 있다. 방콕휴가 스테이케이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스테이케이션은 시간을 어영부영 흘려 보내지 않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스테이케이션 100배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으로 대신하는 여행
40대 한인 여성 김모씨는 여행서 마니아다. 그녀는 메트로 열차로 출퇴근 하는 시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기차 안에서 파리 여행기를 읽고 있으면 이내 파리의 지하철로, 뉴욕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면 뉴욕 지하철로 순식간에 뒤바뀐다.
바로 그 장소를 환기시키는 음악까지 곁들이면 단지 상상력만으로 시공간을 훌쩍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김씨는 올해 휴가는 멀리 떠나는 대신 집에서 여행기나 실컷 읽으며 지낼 계획이다. 딱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마련해두고 거실에 텐트 치고 분위기까지 그럴듯하게 잡을 생각이다.
사실 그냥 떠나는 여행이라면 뭔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직접 체험이 중하다고 해도 5박6일 수박 겉핥기로 와선 알아채기 힘든 느낌과 생각들이 있는데 오히려 전문 작가들의 긴 여행과 사진 속에는 자신이 놓친 것들이 오롯이 담겨있을 수 있다. 가성비로 따지면 여행보다 여행서가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추천도서로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나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 혹은 한국 문인들이 세계 각지의 도시를 테마로 쓴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로 동시대의 감각을 보완하면 책으로 떠나는 5박6일 일정의 스테이케이션을 계획할 수 있다.
▶음식으로 세계일주 ‘먹방형’
스테이케이션에서는 외식과 요리의 비중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하루 세 끼 알뜰히 다 해먹겠다고 덤벼들었다간 치우고 돌아서면 들이닥치는 다음 끼니로 인해 분노의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
특히 전업주부라면 ‘주방 감옥’에서 해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침은 간단히 사다 놓은 빵 등으로 호텔 조식처럼 먹고, 점심은 배달음식이나 외식, 저녁은 그날의 테마 요리를 정해 직접 해먹는 식으로 운영하면 좋다.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접할 수 있는 레시피가 글로벌한 시대, 음식은 여행의 추억이나 여흥을 북돋우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음식을 테마로 스테이케이션 기간 중 먹을 음식들로 식단표를 짠다. 그때 그곳에서 먹었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들기 위해 레시피를 베껴 쓰고,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액티비티다.
런던에서 먹었던 제이미 올리버 레스토랑의 치킨 스테이크는 올리버가 직접 공개한 레시피대로 적당히 흉내 내면 만들 수도 있고, 삿포로 라멘골목에서 먹었던 쇼유라멘이나 푸켓 해변의 수키도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뒤지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흥겨움을 재현하는 데는 해물이 잔뜩 들어간 스페인식 볶음밥 파에야, 마늘과 새우를 올리브유에 튀기듯 볶아내는 감바스 알 아히요, 와인에 오렌지, 레몬 등 과일을 넣어 만든 칵테일 상그리아가 제격이다.
지나치지 않다면 술도 스테이케이션에는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산지별로 골라먹는 각국의 와인이나 맥주가 식상하다면, 프랑스의 칼바도스, 스페인의 셰리, 그리스의 우조 같은 이국적 주류로 기분을 내보면 좋다.
배스솔트, 입욕제, 보디브러시 등 몇 가지 물건만 갖추면 집에서 즐기는 홈스파도 호텔스파 못잖다.
▶오로지 재충전에 집중 ‘홈스파형’
일상에서 나를 억누르는 진상, 밉상, 화상들의 기억으로 몸과 마음이 잔뜩 성난 상태라면 홈스파형 휴가가 제격이다.
목욕은 제대로만 한다면 체지방 연소에, 혈액순환 개선,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니 힘들이지 않고 심신에서 피로를 덜어낼 몇 안 되는 방법이다.
‘바디샵’ 같은 전문 업소에 가면 원하는 스타일의 바디스크럽, 거품입욕제, 브러시, 향초, 로션, 트리트먼트 등 다양한 홈 스파 제품이 즐비하다. 이런 것도 귀찮다면 취향에 맞는 아로마오일 한 두 가지로 향기요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식물의 열매, 씨앗, 잎, 꽃,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휘발성 정유, 즉 에센셜 오일은 호흡, 폐, 피부 등을 통해 흡수되며 감정에 즉각적 영향을 준다.
한인들도 좋아하는 라벤더의 경우 대표적 릴랙스 향이다. 일상의 각종 번뇌가 높여놓은 혈압을 낮추거나,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준다.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페퍼민트도 급성 편두통을 완화하는 향이다. 또 다른 대표적 진정향은 캐모마일. 주변 식물이 병에 걸리지 않아 ‘식물의 의사’라는 애칭을 가진 캐모마일은 심신의 밸런스를 조절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향이다.
아로마 오일류는 전용 디퓨저나 아로마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컵에 뜨거운 물을 5분의 4 정도 넣고 오일을 1, 2방울 떨어뜨려 은은한 향기를 느끼거나, 목욕 물에 희석하면 된다.
민감성 피부나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사용 전 희석오일(2%)을 목뒤나 팔 안쪽에 살짝 떨궈 시간이 지난 후 붉어지거나 가렵지 않은지 확인 후 사용하면 된다.
스파의 최고 미덕인 마사지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번갈아 해줘도 좋고, 홈트레이닝 기구인 폼롤러(foam roller)나 빈 맥주병 등을 활용해 뭉친 부위를 지속적으로 풀어주면 셀프로도 가능하다. 폼롤러나 수건으로 감싼 빈 병 등을 등, 종아리 아래쪽, 허벅지 측면 등에 넣고 굴리면 된다.
▶온갖 몰입의 기쁨
일상에서는 불가능했던 한가로운 취미생활에 빠져보는 것도 스테이케이션만의 특권이다. 드라마나 만화책 모아 보기, 컬러링북이나 퍼즐 독파하기, 각종 추억의 놀이감에 빠져보기 등 평소라면 도저히 한가롭고, 쓸모없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들에 단 며칠만이라도 죄책감 없이 몰입해 보는 거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 다시보기. 노희경, 김은숙, 박지은, 김은희 등 ‘믿고 보는 작가들’의 대표작은 물론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도 지천에 널려 있다.
홈시어터가 빵빵하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스테이케이션에서 영화 감상은 빠질 수 없는 메뉴.
팝콘과 콜라 아닌 와인과 치맥을 먹을 수 있는 기쁨도 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또는 봐도 봐도 좋은 영화를 실컷 봐도 그만이다.
영화 마니아라면 더더욱 귀가 솔깃할 스테이케이션 아이디어는 바로 ‘홈 필름 페스티벌’. 내가 원하는 영화들로만 프로그램을 짜 내가 원하는 관람객들과만 함께 보는 나만의 자유로운 전용극장을 만들어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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