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머리칼이 쭈빗 서게 하는 공포영화.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보나 나이 든 어른들도 즐기는 사람이 있다. 멜로를 비롯한 일반적인 영화는 스릴과 서스펜스, 즉 감흥이 별로 없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심리학적인 분석으로는 카타스트로피 현상이 작용하기에 싫어도 공포영화를 즐긴다 한다.
카타스트로피 현상이란 그리스어 katastroph에서 유래된 말로 파멸적인 파괴를 뜻하는 용어다. 무서워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은 마음속에 상반된 감정의 모순작용이 일어나기에 그렇단다. 공포영화는 주로 죄의식, 분노, 원한, 죽음 같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다루는데 공포영화를 자주보다 보면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는 북한. 꼭 어린아이가 만든 공포영화를 보게 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니 잘못된 판단일까. 며칠 전 고체연료와 이동식발사대를 이용하여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호를 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에 핵만 실으면 핵무기가 돼 핵폭격이 가능해진다. 한반도 남쪽, 일본 미 본토까지 위협받는다.
북극성2호를 발사하나 했더니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독극물에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져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유는 위기에 빠진 김정은정권의 불안요소제거,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김정은의 소환명령 불응이란 분석이 있다. 가장 걸림돌이었던 백두혈통 한 명이 소리 없이 사라진 셈이다.
철부지 같은 김정은. 북한의 인민 2,000여만 명을 공포로 몰아넣는 김정은. 2013년 12월12일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사형시켜버린 그다. 죄명은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에 대한 명령불복종. 장성택 제거후 장성택라인들을 모두 숙청해 버렸고 김정은이 앞에서 자세만 흐트러져도 죽여 버린다.
조선왕조 500년에서 가장 흉폭스러운 왕으로 불리어지는 연산군. 조선의 10대 임금으로 1494년부터 1506년까지 즉위해 헌천홍도경문위무대왕이 되나 중종반란으로 폐위가 되면서 군이 됐다. 18세에 즉위해 12년 동안 폭정으로 나라를 다스리다 30세의 나이로 폐위 유배돼 죽음을 맞이한 연산군. 김정은이 연산군을 따르려는가.
연산군은 즉위 초기엔 왜구를 격퇴하고 빈민을 돕는 등 제대로 정사를 보았으나 이듬해부터 어머니 폐비윤씨를 왕후로 복권시키려 추진하며 잘못된다. 이 과정에서 폐비의 복권을 반대한 사림파를 숙청하는 등 독단정치를 시작한다. 이후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피의 숙청으로 제거하다 결국 폐위된다.
연산이야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자 그랬다 해도 김정은이는? 백두혈통을 비롯한 외가와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모두 파리 목숨처럼 되어버린 지금, 김정은의 말 한 마디면 언제 그의 형 김정남처럼 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북의 권력서열들과 백성들, 얼마나 공포스러운 나날일까. 미사일을 쏘아대며 형까지 죽이는 김정은.
동행취재차 중국에 갔을 때 두만강변에서 북한을 바라본 적이 있다. 강이 좁은 곳은 중국과 북한이 아주 가까워 헤엄만 치고도 서로 넘나들 수 있는 거리였다. 이 때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과 북한의 주민들. 과연 북한 땅과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란 게 있을까?란 질문을 혼자 하며 그들에게도 진정한 자유가 있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자유는 북의 어디에도 없고 공포와 불안의 시대, 점점 미궁으로 점점 빠져 들어가는 북한이 되고 있음에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어지는 3대 세습. 공산주의는 어디로 갔는지 간 곳도 없고 김씨 왕조가 되어버린 북한. 김정은이 최고 통치자, 독재자가 되면서 더욱더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감을 느낀다.
요즘 김정은의 행태와 북한의 동향을 보면 한 편의 싸구려 사이코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김정남의 다음은 누구일까. 김평일, 김한솔? 폭군 연산의 뒤를 답습하려 하는 김정은. 파멸적인 파괴, 카타스트로피를 원하는 김정은인가. 체제유지와 자기보존을 위한 불안의 최고정점에 서면 김정은이 무슨 짓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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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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