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분열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 선거의 후폭풍을 딛고 도널드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모든 국민을 위해 국가를 재건설하고 회복시키려는 위대한 국가적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시작될 변화는 여러분을 위한 변화이며 모든 과실은 여러 분이 가져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세금 인하에 따른 재정긴축, 규제와 환경을 풀어 경제성장을 촉발시키는 정책,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금리정책, 그리고 소셜 연금과 의료보험의 민영화를 ‘트럼프노믹스’의 아젠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치권의 기존 질서와 관행에 구속되지 않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세계경제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워싱턴 정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실리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혼란을 조장하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매우 우려스러운 논평을 내놓았다.
이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 경제 수학은 매우 간단하다는 것이다. 개인, 기업, 자본소득 및 상속세에 대한 세금감면은 고소득층 납세자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큰 혜택을 안길 것이다. 세금감면이나 세금공제가 늘어나면 부유한 사람들의 세후 소득이 크게 늘어났다. 공급측면의 낙수효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가속화 되었고 수입 감소는 예산적자를 증가시켜 공화당의 지출삭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는 “연방정부의 수입은 추가이자 비용을 계산하기 전의 첫 10년 동안 6.2조 달러 감소하며, 연방 부채는 추가이자 비용을 추가하면 처음 10년 동안 7.2조 달러, 2036년에는 20조90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다”라고 트럼프의 세금계획을 예측하고 있다. 연방예산안 감축으로 발생한 이 엄청난 금액은 전국 도로, 철도 및 항공운송 시스템 등 인프라에 투자되어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시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경기에 자극을 줄 수는 있을지는 모르나 예산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제조업의 쇠퇴는 무역관련 협약이나 환율 및 규제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기술혁신에 따른 자동화가 제조업이 사라진 주 원인이다. 고세율, 고인건비, 규제 등은 부속 원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절반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무역전쟁으로 위협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역 보복을 초래할 것은 뻔한 이치이다. 경쟁력 없는 제조업을 인위적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거대한 중국시장을 담보로 위험한 딜을 구사하는 것은 비즈니스맨을 자처한 트럼프답지 못한 행동이다.
또 트럼프 경제 참모들은 고용창출이나 제조업에 전혀 흥미도 없는 문외한들이다. 이론 경제학자보다는 실물 경제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것은 금융가 엘리트 중심의 비즈니스 이익을 위한 금융과 통화정책으로 경제가 운영될 것임을 보여주는 실망스런 인사이다. 공적 이익보다 사적 이익 추구로 정부가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노믹스의 옳은 처방은 감세정책을 폐지하고, 전쟁을 하지 않고, 방위비 지출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국가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완전고용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조세제도 시행과 통화정책의 그릇된 신념을 버리는 일이다. 만약 트럼프가 제안한 정책 의제들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공화당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재앙을 불러올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합계인 ‘비극 지수’(misery index)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은 연금을 포함하여 중·저소득층 사람들에게 거의 항상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깨닫게 될 때는 몹쓸 고통과 빈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민과 국경, 그리고 종교와 무역에서의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적 보호정책은 위대한 번영과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분쟁과 문명 충돌을 야기 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건설한 자유무역과 공동안보의 국제질서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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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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