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Utopia)의 반대말은 ‘지옥향’ 또는 ‘암흑향’(Dystopia)이다. 불완전한 인간 세상에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지만 암흑향은 존재해 왔고 또 현재에도 존재한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존 액톤 경의 명구대로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같은 절대독재자와 그들의 파당들이 끼친 폐해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그런데 암흑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1984년’이 현재 미국에서 염가 보급판으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때문이다.
1949년에 출판된 ‘1984년’에 나오는 여러 표현들이 정치사전에 등장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대형’(Big Brother)은 세뇌되어 온 국민의 숭배를 받는 당지도자로서 TV화면에 항상 나타난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정부의 진리부에 고용된 사람으로 그가 하는 일은 선전과 역사개정이다. 스미스는 과거신문들을 읽고 당의 노선에 따라 내용을 고친다.
따라서 모든 역사의 기록이 항상 당의 노선과 일치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서위조와 조작이 일상화 되어 정부나 당이 거짓말한다는 증거가 존재할 수 없도록 한다.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독자적인 사고방식은 사상 범죄로 규정되고 사상경찰이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사찰한다. 그런 환경에서 ‘둘에 둘을 보태면 다섯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트럼프의 미국이 암흑향이 되기에는 제도적인 걸림돌들이 있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그의 거짓말 행습이다. 그의 거짓말 중 압권은 오바마가 IS의 창립자이고 힐러리 클린턴은 공동창립자(Co-Founder)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고위참모 켈리안 콘웨이도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수가 100만 내지 150만이라는 트럼프와 백악관 공보비서의 주장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에 입각한 것이라고 설명(?)하여 ‘1984년’ 적인 묘사를 등장시켰다.
트럼프의 미국 역사와 전통에 대한 무식 내지 무시 또한 큰 문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입법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의 삼권분립으로 독재자의 출현을 막을 수 있도록 연방헌법에 3부 간의 균형과 견제를 제정해 놓았다. 그리고 유독 연방사법부의 판사들만 종신직으로 만들어 입법부와 행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취임 3주가 아니라 몇 년이라도 지난 것처럼 피로감을 주는 일련의 트럼프 행정명령 가운데는 이슬람교도들이 다수인 7개국 시민들에 대한 한시적인 미국입국 금지 명령이 있다. 이 명령에 대해 워싱턴주 소재 연방지방법원의 판사가 시행중단을 명하고 그 결정이 50개주에 적용되도록 한 것을 두고 트럼프가 보인 반응은 “과연 그가 3권 분립 사상과 전통을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새벽 3시 또는 4시까지도 140자 트위터로 대통령답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남발하는 트럼프가 그것을 방관할 리가 없었다. “소위(So-Called) 판사라는 사람이 그런 명령을 내렸다. 만약(테러라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모두 그 판사와 법원의 책임이다”라고 트럼프는 트위터에 썼다. 심지어는 트럼프가 대법원 판사로 임명하여 상원의원들을 예방하던 닐 고서치 현 10순회구 공소법원 판사가 리처드 블루멘탈(민주)의원에게 트럼프의 판사 비난에 대해 “사기를 저하시키는(Demoralizing)” 그리고 ”낙담시키는(Disheartening)”이라고 표현했다고 블루멘탈이 밝힌 것을 가지고 블루멘탈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같이 비정치적인 사람이 보더라도 트럼프는 정상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그러나 40%의 골수지지자들이 있는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막강하여 공화당 중진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좌충우돌의 트럼프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고민거리가 되었다그렇지만 트럼프가 독재자가 되는 것만은 연방 사법부와 언론이 사명을 다한다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사법부와 언론을 원수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정상적 대통령직 수행이 가져올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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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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