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역대 최저의 지지율 속에 취임했다. CNN 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당시 지지율은 40%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였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취임 당시 지지율은 84%였고 1992년 빌 클린턴 취임 때는 67%였으며 조지 W 부시마저 61%의 지지율을 보였다.
취임 3주가 지난 지금 트럼프의 지지율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갤럽에 따르면 취임 당시 그의 지지와 반대 비율은 45대 45로 비슷했지만 이제는 지지 42 반대 52로 크게 나빠졌다. 라스무슨에 따르면 취임 당시 지지가 반대보다 14포인트 높았지만 이제는 4 포인트로 줄어들었고 퀴니펙 조사는 17포인트가 빠졌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다 시간이 지나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처음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줄만큼 능력있는 대통령은 없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대통령 지지율 변화를 조사한 마켓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평균 8 포인트의 지지율을 까먹는다. 그러나 트럼프처럼 빠른 속도로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는 인물은 없다.
하긴 그가 지난 3주간 보여준 모습은 지지율 추락을 위해 엄청 노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기 딸 이방카의 브랜드를 노드스트롬이 퇴출시키자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대통령으로서의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 보스에 그 부하답게 그의 보좌관인 켈리앤 콘웨이는 TV에 출연해 이방카의 옷이 훌륭한 제품이라며 시청자들의 구매를 촉구했다. 공무원이 다른 공직자 인척 물건 구매를 권유하는 행위는 공직 윤리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트럼프의 국가 안보 담당 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이 대통령 취임 전 세르게이 키슬리악 러시아 대사와 만나 오바마 행정부가 내린 러시아 제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키슬리악은 현재FBI의 조사를 받고 있고 백악관은 플린의 거취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공직자 법은 개인이 외국 관리와 만나 외교 문제를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플린 측은 처음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나중에는 “제재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전형적인 오리발 식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트럼프대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정적과 언론인을 살해한 살인범이라는 지적을 받자 “미국은 죄가 없는 줄 아느냐”며 오히려 미국을 비하하고 살인자를 비호했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위상을 추락시킨 것은 이란, 이라크 등 중동과 아프리카 7개국 국민들의 미 입국을 금지시킨 행정 명령이다. 시애틀에 있는 연방 지법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그의 행정 명령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자 트럼프는 “소위 판사라는 작자”가 대통령 명령을 무효화했다고 펄펄 뛰며 샌프란시시코에 있는 연방 항소법원에 항고했으나 여기서도 보기 좋게 패배했다.
항소심 판결을 맡은 3명의 판사는 지미 카터와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들 부시가 지명한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다. 처음 행정 명령을 중단시킨 로바트도 아들 부시가 지명한 인물이다. 공화 민주 양당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 한결 같이 트럼프의 행정 명령 잠정 중단에 찬성한 것을 보면 “법원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이 행정 명령을 내릴 때 백인 우월주의자며 회교 혐오자인 스티브 배넌 등 일부 보좌관 말만 듣고 국무부 등 관계 부처나 법률 자문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작성된 엉터리 행정 명령 때문에 처음에는 영주권자마저 추방되는가 하면 이라크에서 목숨 걸고 미국을 도운 통역관들마저 수갑을 차고 이민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무부 관리들 1,000명이 이 행정 명령에 반대하는 문서에 서명한 것을 보면 이 명령의 부당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처음 3주가 이 정도면 나머지 3년 11개월 1주는 보나마나 뻔하다. 이런 인물을 대통령이라고 뽑아놓은 미국민들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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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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