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승리 따낸 패이트리어츠 개선 퍼레이드
▶ 눈비 내리는 차가운 날씨 속 수십만 시민 환호
패이트리어츠 쿼터백 탐 브레이디(가운데)와 빌 벨리칙 감독(오른쪽)이 개선 퍼레이드 후 축하행사에서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수퍼보울 역사상 최고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통산 5번째로 수퍼보울 챔피언에 등극한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7일 보스턴 시내에서 개선 퍼레이드를 갖고 팬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이날 보스턴은 화씨 38도의 차가운 기온에 얼음비와 눈이 뒤섞여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 수십만명의 엄청난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와 수퍼보울 챔피언의 개선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수퍼보울에서 5번째 우승을 차지한 사상 최초의 쿼터백이 된 탐 브레이디는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어커운트를 통해 “(7일을) 보스턴 시 공휴일로 선포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거리에서 춤을 출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그에 호응해 퍼레이드가 펼쳐진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역대 최고의 쿼터백(브레이디)와 최고의 감독(빌 벨리칙), 그리고 최고의 팀(패이트리어츠)이 역대 최고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며 열광했다.
이번 수퍼보울 승리는 패이트리어츠 역사는 물론 수퍼보울 역사에서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이전까지 50차례 치러진 수퍼보울에서 승자가 경기 도중 가장 큰 열세를 뒤집은 차이가 10점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패이트리어츠는 3쿼터 종반까지 25점(3-28)로 뒤지던 경기를, 이후 내리 31점을 뽑아내 뒤집고 승리를 따냈다. 수퍼보울 경기가 오버타임으로 들어간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두가 애틀랜타 팰콘스의 승리를 의심치 않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그야말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번 승리로 ‘역대 최고’(Greatest Of All Time-GOAT)라는 ‘타이틀’은 이제 더 이상 큰 논란없이 브레이디에게 돌아가게 됐다. 그와 함께 벨리칙 감독과 패이트리어츠도 각각 최고의 코치와 구단이라는 타이틀을 확실하게 거머쥐게 됐다.
브레이디는 이번 승리를 통해 개인적으로 5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4번째 수퍼보울 MVP로 등극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사상 최초 기록이다. 종전까지 NF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쿼터백으로 꼽혀왔던 조 몬태나는 4번의 수퍼보울에서 승리했고 이중 3차례 MVP로 뽑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2년전 브레이디가 통산 4번째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래도 역대 최고의 쿼터백은 몬태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졌다. 이번 수퍼보울을 통해 브레이디는 몬태나의 가장 중요한 기록들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수퍼보울 역사상 최고의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고 이젠 대부분 전문가들이 그가 몬태나를 넘어선 것은 물론 역대 최고의 NFL 선수로 올라섰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제 몬태나가 수퍼보울 관련 기록에서 브레이디보다 앞서는 것은 승률 하나만 남게 됐다. 몬태나는 4차례 수퍼보울에 나서 모두 승리하며 승률 100%를 기록했다. 총 7차례 수퍼보울에 나서 5번 우승한 브레이디도 수퍼보울 승률만큼은 몬태나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생애 통산 플레이오프 경기 승률에서 브레이디는 25승9패(승률 .735)를 기록, 몬태나(16승7패, 승률 .696)을 추월했다.
‘역대 최고’란 타이틀은 단순히 기록이나 우승횟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위대함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브레이디와 패이트리어츠는 그런 모습을 이번 수퍼보울에서 보여줬다. 3쿼터 3분여를 남기고 25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패이트리어츠의 승리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거의 ‘제로’였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순간에도 브레이디와 벨리칙 감독, 그리고 패이트리어츠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이 때부터 브레이디와 패이트리어츠가 만들어낸 역전 드라마는 ‘위대함’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 경기 종반에 이처럼 큰 차이로 뒤진 팀들은 대개 추격을 서두르다가 오히려 더 큰 패배의 늪으로 빠지곤 한다. 하지만 패이트리어츠는 달랐다. 3쿼터에 무려 25점차로 뒤진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따라갔다.
패이트리어츠 팬들은 롱패스를 이용한 급한 추격전을 원했지만 브레이디는 오히려 숏패스와 러닝백을 활용한 공격으로 75야드를 가는데 무려 6분25초를 사용했다. 다음 공격에서도 역시 같은 패턴을 유지했고 72야드를 가는데 5분7초를 쓰고도 필드골을 보태는 16점차로 접수차를 좁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거북이처럼 따라가다간 멀리 달아나 있는 팰콘스를 잡는 것이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저력의 패이트리어츠가 뚜벅뚜벅 추격해오자 팰콘스는 더욱 긴장했고 다음 공격에서 큰 실수가 나오면서 패배의 코스로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쿼터백 맷 라이언이 색을 당하면서 볼을 놓쳐 공격권을 잃었고 브레이디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터치다운으로 연결한 뒤 2포인트 컨버전을 성공시켜 8점차(20-28)로 따라붙었다. 그 시점에서 시간은 아직도 8분24초나 남아있었다.
그리고 역대 최고의 쿼터백 브레이디와 역대 최고의 감독 벨리칙, 역대 최고의 팀 패이트리어츠가 만드는 역대 최고의 역전 드라마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팰콘스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봤지만 오버타임에선 공격권조차 얻지 못한 채 브레이디와 벨리칙, 패이트리어츠가 역대 최고의 반열로 진군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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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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