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아주 간결하다. 마치 뭔가를 함축이나 한 듯.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난해하기 짝이 없다. 화법이 너무 특이하다. 문맥이, 단어의 뜻이 불분명하다. ‘우주의 기운이 어쩌니’ 하는 식으로. 그래서 등장한 말이 ‘박근혜 번역기’였던가.
그 말이 상당히 단순하다. 단어 선택은 때로 저속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게다가 즉흥적이다. 도무지 대권후보의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그러자 등장한 것이 ‘트럼프 번역기’다.
이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알아듣기 쉽다. 내용은 너무 직설적으로 들린다. 때문에 그 내용 설명에 항상 따라붙은 단서는 ‘유세용…’ 아니면 ‘설마…’였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해독법이 틀렸다. 미국 판 만리장성을 쌓겠다. 그 말 그대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슬람국가 국민 입국금지도 말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 트럼프의 행보에 세계가 뒤집어졌다. 대통령 취임 불과 열흘 남짓한 타이밍에.
해독법이 수정됐다. 이제 트럼프의 말을 전문가란 사람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독법이 틀렸다. 그 트럼프 번역기에 특히 낭패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유세기간 내내 중국에 대해 독한 말을 쏟아냈다. 그래도 중국은 느긋한 입장이었다.
대선시즌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중국 때리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란 판단이었던 것. 그런데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트럼프가 한 첫 공개 발언은 한 개의 중국원칙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베이징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 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막후 실세인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 수석고문에 기용됐다. 중국과의 전쟁은 필연이라는 것이 바로 배넌의 평소 지론이다. 통상 문제를 총괄하는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는 대표적 반(反)중 인사인 피터 나바로가 임명됐다.
신임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의 청문회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도전에 미국은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것.
미국의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다. 그러면 그 지도력을 테스트한다. 도발을 하는 거다. 그 역할은 항상 중국 몫이었다. 그 역할이 뒤바뀐 것이다. 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시진핑의 중국은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해외정책은 어떻게 요약될까. “내셔널리즘적인 접근, 군사력 최우선, 그리고 예측불가능에 방점을 찍은 미치광이 전략, 이 세 가지가 트럼프 해외정책, 그 중에서도 아시아정책의 근본 요소다.” 한 쪽에서 나온 분석이다.
“과격주의 이슬람, 미국의 경제를 좀먹는 불공정 통상관행, 그리고 ‘트로이 목마’격인 불법체류자 문제. 이 셋을 트럼프 행정부의 이너서클은 미국이 맞이한 최대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포린 폴리시의 지적이다.
이 분석들이 그렇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중국을 미국이 맞이한 최대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는 1979년 양국관계 정상화이후 미국이 취해온 대 중국정책과 결별, 베이징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강경 드라이브를 펼친다는 거다.
그 정책은 경제적 내셔널리즘을 근간으로 보다 과감한 전략적 고려가 가미된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강경정책의 배경으로 정면충돌 상황이 왔을 때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국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지적하고 있다.
관련해 새삼 주목받는 것이 미치광이 전략이다.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통상문제에서, 남중국해, 대만, 북한 핵문제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그리고 거기에는 군사적 옵션도 포함돼 있다. 경제와 군사 양면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정책도 그렇다. 반(反)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정책의 근본가지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치광이 전략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것이 일부의 관측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대 중국 압박용으로 한국의 핵무장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옵션으로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러면 숨겨진 대 중국 카드일까, 아니면 또 다른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일까.
반드시 미치광이 전략만은 아니지 않을까. 중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이다. 이 점에 착안해 처음에는 전술 핵 재도입, 그 다음 단계로 자체 핵무장을 허용하는 옵션도 가능하다는 것이 워싱턴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지적이어서 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문제는 한국이라는 생각이다. 사드배치를 놓고 중국이 조금만 겁을 줘도 여론이 춤을 춘다. 그 한국이 단호한 의지로 핵 주권을 행사한다. 그러니 그게 과연 가능이나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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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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