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정치판에 얼굴을 들이민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소위 ‘출생지 논란’에 가세하면서부터다. 2011년 3월 그는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오바마의 미국 출생에 대해 “약간” 의심하고 있다며 이런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을 “백치”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장장 5년 동안 오바마가 하와이 출생 증명서를 공개한 후에도 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6년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든 2016년 9월에서야 그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난 사실을 인정했으나 이는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이 처음 퍼뜨렸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백인 찌질이들의 주장을 대변하며 정치 무대에 등장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는 자신이 힐러리 한테 전체 유효표에서 300만 표나 진 것은 대대적인 투표 사기가 일어났기 때문이며 300만에서 500만 표에 달하는 선거 부정만 없었다면 2016년 총 유효표의 승자는 자신이 되었을 것이란 거짓말을 떠벌이고 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런 주장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 마저 외면받고 있다.
그는 또 향후 100년 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이 될 환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유지하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이 일대를 중화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중국에 일대 선물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다. 제2차 대전 이후 자유 무역을 주장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은 ‘요새 미국’ 안으로 숨어들고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이 오히려 자유 무역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희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는 멕시코와의 국경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멕시코 대통령 보고는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할 생각이 없으면 아예 워싱턴에 오지도 말라고 협박했다.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예정된 트럼프와의 회담을 즉각 취소했다.
트럼프는 멕시코가 이를 거부할 경우 멕시코 수입 상품에 20%의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그렇게 될 경우 이를 물어야 할 사람은 멕시코 인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다. 트럼프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숫자를 70만개 정도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 미국의 세번째 교역국인 멕시코와의 무역에 600만 명의 미 근로자가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 멕시코가 미국의 불공정 관세에 맞서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들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멕시코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현재 제로 상태로 줄어든 밀입국자 수는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최악인 것은 중동 7개국 국민들에 대한 입국 불허 조치다. 트럼프는 이라크, 이란, 시리아,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들의 입국을 90일 동안 중단시켰다. 트럼프의 이 조치는 불법일뿐 아니라 인도주의 정신에 어긋나고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1965년 제정된 ‘이민 국적법’은 국적을 이유로 비자 발급에 차별을 두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4곳의 연방 법원은 이미 트럼프의 행정 명령을 뒤엎는 법원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입국이 금지된 나라의 하나인 이라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을 도왔다. 이들마저 도매금으로 입국 금지 당하는 것을 보고 누가 장차 미국을 도우려 하겠는가. 테러 용의자와 무고한 시민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을 입국 금지한 것은 미국이 테러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회교도를 공격하고 있다는 IS 주장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들 일곱 나라는 9/11을 비롯, 보스턴, 올란도, 샌 버나디노 등 미 주요 테러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 등 9/11 테러리스트와 오사마 빈 라덴을 배출한 나라들은 빠졌다. 빠진 나라들은 트럼프 기업이 진출해 있는 나라고 들어간 나라는 트럼프 비즈니스와 무관한 나라들이다. 트럼프야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 묘하다.
미 역사상 가장 무자격 대통령인 트럼프는 그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1주일 동안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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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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