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는 예술의 도시다. 전 세계 예술인들이 꿈꾸는 곳이다. 19세기 프랑스 미술대전인 살롱전에는 항상 많은 수의 누드화가 출품됐다. 극찬을 받은 작품 다수도 누드화였다. 모델은 주로 매춘여성이었다. 하지만 신화나 역사화에 근거를 두고 그렸다. 완성된 그림 속의 주인공이 매춘여성이 아닌 여신이나 요정으로 탈바꿈된 이유다.
1865년 에드워드 마네가 누드화 ‘올랭피아’를 출품했다. 작품 속 주인공은 기존의 성스러움과 숭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줍은 기색도 엿보이지 않았다. 도발적인 눈빛, 목에 두른 검은 리본과 팔찌는 주인에게 팔려가길 갈망하는 여자노예의 상징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있는 올랭피아의 모습은 전형적인 매춘여성 모습이었다. 과거의 신화적 이야기는 배제하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불렸다.
마네의 그림은 그 시대 풍자 화가들에게 놀림거리를 주기도 했다. 올랭피아의 발끝에 검정고양이를 그린 것이다. 프랑스 은어로 암고양이는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기 때문이다.마네의 누드화에 등장한 흑인하녀가 들고 있는 꽃다발은 올랭피아의 고객으로부터 배달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는 남성들이 세상의 눈을 피해 보낸 것이다.
부끄러움 없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올랭피아의 시선은 그런 남성들을 향해 꽂힌다. 마치 미래의 고객이라는 듯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을 본 귀족들은 경악과 분노에 휩싸였다. 욕설과 비난의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파리는 매춘이 성행했다. 귀족들도 단속을 피해 매춘을 일삼았다. 그림에 광분한 것은 낮 뜨겁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 올랭피아가 비난 받은 것은 매춘을 일삼는 귀족들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 진짜 이유였던 셈이다.
마네는 올랭피아를 통해 현실을 외면한 채 신화나 역사 속에 머물길 거부했다. 그런 방식으로 파리의 잘못된 세태를 꼬집을 것이다. 결국 파리에서 귀족들의 매춘이 창궐하던 당시를 정당하게 비판한 풍자화였던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 ‘올랭피아’를 ‘대통령 풍자 누드화’로 패러디한 작품이 국회에 전시된 적이 있다. 제목은 ‘더러운 잠’. 이 작품에서 전라의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흑인하녀는 최순실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들고 있는 부채에 사드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표현했다. 최순실은 주사 다발을 들고있다. 창밖에는 세월호의 침몰이 그려졌다. 문제가 된 것은 박 대통령을 전라의 매춘여성인 ‘올랭피아’의 자리에 둔 점이다. 풍자화 속 나체는 ‘잠자는 비너스’의 것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가 마네의 누드화인 ‘올랭피아’를 그대로 따른 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은 올랭피아의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화가는 창밖의 참사를 외면하고 잠이나 자는 대통령을 풍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잠이 더럽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성격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견 모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혐오라는 논란도 펼쳐졌다. 보수단체에서는 해당 작품을 강제로 철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전시는 중단됐다. 작품전시에 앞장선 야당국회의원은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더러운 잠’의 화가는 ‘권력자의 추한 민낯을 드러낸 것, 여성 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이고 질 낮은 성희롱이란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여성의 알몸을 정치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전체 여성을 욕보이는 것이란 비판도 드세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잘못된 세태를 비판하는 풍자화다. ‘더러운 잠’은 정치풍자화가 아니다. 화가의 의도와 달리 여성에 대한 성적 희롱과 수치심을 유발시킬 뿐이다. 정당한 비판과 원색적이고 퇴폐적인 비난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 필요치 않다. 사실과 거짓도 구분하지 않는다. 흑백논리만 판친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일 뿐이다. 잘하면 내 탓 잘못되면 남의 탓이다. 하루빨리 ‘올랭피아’같은 정당한 비판만이 무성해 조국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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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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