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해리슨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우선 그는 미 역사상 유일하게 손자를 대통령으로 둔 대통령이다. 1889년부터 1893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벤저민 해리슨이 그의 손자다.
그는 미 역사상 가장 긴 취임 연설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1841년 그가 한 취임사는 8,400 단어가 넘으며 읽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취임할 때 68세였던 그는 1981년 레이건이 69세로 대통령이 될 때까지 최고령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는 또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이다. 그는 취임 3주 후 발병해 9일 동안 앓다 집권 31일만에 죽었다. 일부에서는 취임식날 날도 추운데 연설을 너무 오래 하다 폐렴에 걸린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최근 의학계에서는 당시 백악관 수도 시설이 오물에 노출돼 있었다며 패혈성 쇼크사로 보고 있다.
미국 탄생 후 240년이 지난 지금까지 44명이 대통령 직을 수행했는데 그 중 8명이 재직 중 사망했다. 해리슨을 포함 재커리 테일러, 워런 하딩,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 4명이 병사했고 에이브러험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맥킨리, 존 F 케네디 등 4명이 암살됐다.
무사히 두 번 이상 임기를 마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낸 사람은 몇이나 될까. 두 번 임기를 마친 사람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제임스 먼로, 앤드루 잭슨, 율리시즈 그랜트, 그로버 클리블랜드, 우드로 윌슨, 프랭클린 루즈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모두 14명이지만 말년이 좋았던 사람은 극히 드물다.
‘독립 선언서’의 저자인 제퍼슨은 미국 역사상 가장 똑똑한 대통령이지만 영국의 압박에 대한 보복으로 대영 금수 조치를 내렸다 취약한 미국 경제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바람에 요새 말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소리를 들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오죽 하면 물러나며 “족쇄에서 풀린 죄수 같다”는 말을 했을까. 그러나 퇴임 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부채뿐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빚에 허덕이며 살았다.
그의 후임자이며 연방 헌법 초안자인 매디슨도 비슷하다. 무리하게 영국과 전쟁을 벌였다 역사상 처음 백악관이 불태워지고 자신은 가까스로 도망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치욕적인 1812년 전쟁에서 유일하게 건진 것은 포트 맥헨리 전투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보고 영감을 얻어 프랜시스 스캇 키가 작곡한 미 국가뿐이다.
먼로는 성공적으로 대통령 직은 마쳤으나 빚과 가난에 시달리며 말년을 보냈고 그 다음으로 중임에 성공한 잭슨은 임기 말년 그 때까지 미국 최악의 불황인 ‘1837년의 패닉’ 사태로 국민들의 원성 속에 백악관을 떠났다.
그랜트는 남북 전쟁의 뒤치닥 거리에다 관료들의 부패, 자신의 무능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들었으며 암과 가난과 싸우며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클리블랜드는 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재선에 실패하고 재수해 다시 대통령이 되는데는 성공했지만 임기 말년 역대급 불황인 ‘1893년의 패닉’을 맞아 온갖 욕을 먹으며 물러났다.
윌슨은 중풍으로 쓰러져 식물 인간 상태로 임기를 마무리했고 루즈벨트는 4선에 성공한 후 바로 병사했다. 클린턴과 W 부시도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하나는 탄핵 피하기 바빴고 다른 하나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두 번 임기를 마치고 국민들의 박수 속에 편안히 여생을 마친 사람은 워싱턴, 아이젠하워, 레이건 정도가 아닌가 싶다. 거기다 하나 더 붙인다면 방금 전 퇴임한 오바마 인데 아직 여생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어떻게 끝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주 미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거짓말과 무지, 오만과 저질스러움으로 가득 찬 트럼프는 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런 인생을 살아온 인간이 대통령까지 됐으니 지금 그의 가슴은 부풀대로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부푼 인간 터뜨리기다. 그보다 나은 사람들도 끝이 좋지 않았는데 그가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마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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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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