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 (Classic Talk Talk)’
19세기 예술가곡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의 가사가 음악과 결합하여 탄생하였다. 흔히 예술가곡을 ‘리트(Lied)’라고 부르는데 이는 ‘노래’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이다. 예술가곡은 낭만주의 서정시가 발전했던 독일에서 크게 번성하였으며, 당시 괴테, 하이네, 실러, 아이헨도르프, 뮐러 등의 시인들의 시가 작곡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시집 전체에 곡을 붙이거나 여러 시인들의 작품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는 연가곡도 유행하였다. 하이네의 시집에 곡을 붙인 슈만의 “시인의 사랑,” 뮐러의 시집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
27)의 “멀리있는 연인에게”는 아이텔레스의 시집에 곡을 붙인 가곡집으로 예술가곡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이후 많은 가곡 작곡가들은 베토벤 가곡집 양식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는 자신이 죽으면 베토벤 곁에 묻어달라고 할 정도로 베토벤을 매우 존경했으며 그의 가곡집도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예술가곡은 슈베르트를 시작으로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로 이어져 볼프(Hugo Wolf, 1860~1903)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른다.
예술가곡은 주로 피아노와 이중주로 이루어졌다. 왜 작곡가들은 선율에 피아노를 더했을까? 당시 작곡가들은 음악 안에 고음과 저음의 적절한 배합, 풍부한 화성, 중요한 단어에 대한 다이나믹의 강조 등의 효과를 냈다. 그리고 피아노는 그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데 적절한 악기로 선택되었다.
피아노의 정식 명칭은 피아노포르테이다. 작게(p, 피아노), 크게(f, 포르테)를 뜻하는 피아노포르테의 새로운 기능은 당시 사람들에게 혁명적이었다. 피아노는 1709년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사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1)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다. 그는 당시의 건반악기 쳄발로를 변형해 ‘피아노와 포르테를 함께 낼 수 있는 쳄발로’인 피아노포르테를 만들었으며, 1711년에는 그가 제작한 4대의 피아노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 7옥타브+3도인 88건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현의 재질과 치는 방식 등의 개량으로 음량이 증대하고 울림이 더욱 풍성해졌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들의 친구가 되어 같이 화음을 연주하면서 다양한 음색을 연출하였기에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원하는 음색과 악상을 위한 최고의 악기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이 무렵 대규모 공연문화의 발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음악 활동도 활발해졌는데, 가장 인기 있는 악기는 피아노였다. 이에 따라 피아노를 위한 독주곡도 많이 생겨났다. 피아노를 통해 구현되는 소리들이 오케스트라에 못지 않는 압도감을 가지기 때문에, 피아노라는 악기가 없었다면 작곡가들의 화려하고 풍성한 드라마는 재현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추천감상 목록
오늘의 추천감상 목록으로 피아노와 성악의 이중주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예술가곡을 소개한다.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D.911
한겨울 사랑하는 여인의 집을 떠나 오른 외로운 여행길의 중간에 주인공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던 보리수에 다다른다 (제 5곡 ‘보리수’). ‘보리수’는 가볍게 흔들리는 나뭇잎을 표현한듯한 셋잇단음표로 시작한다. 주인공이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릴 때는 장조가, 그의 마음이 캄캄한 어둠 속을 거닐 때는 단조로 전환된다. 방황하던 주인공이 마지막 마을 어귀에서 늙은 거리의 악사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길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것(제 24곡 ‘거리의 악사’)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슈만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
슈만이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그린 그의 대표적 가곡집으로 총 16곡으로 이루어져있으며 클라라와의 결혼 직전에 작곡하였다. 제 1곡 '아름다운 5월에'가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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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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