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은 화가 나 있다. 중국인들은 격노해 있다. 나토 지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은 몹시 놀라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그 취임식을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전한 세계의 표정이다.
한국 이야기는 빠져 있다. 그래서 거기에 덧붙인다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국인들은 초(超)불확실성 가운데 캄캄한 미로를 헤매고 있다’고.
트럼프시대가 새로 열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것은 불안정성이다. 특히 안보환경이 더 그렇다.
새로 대통령이 선출되고 취임한다. 미국에서 4년, 혹은 8년마다 벌어지는 행사다. 이 미국의 정권교체기는 항상 위험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올해의 경우 상황은 더 엄중하다. 왜.
미국은 주요 정치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미국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미국, 다시 말해 냉전 종식 후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다극체제로 바뀌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이란 등이 새로운 파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파워의 전이기가 그렇다. 위험하다. 파괴적이기 쉽다. 현상(status quo)을 유지하려는 기존세력과 힘의 형평을 바꾸려는 현상타파세력의 힘겨루기는 대리전쟁, 혹은 분쟁지역에서의 충돌, 최악의 경우는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나섰다. 그 트럼프의 등장은 전후 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국제안보환경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나오는 전망은 불길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빠르면 출범 수개월도 못된 시점에서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주요 해외정책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그 후보지의 하나는 발트 해 지역이다. 나토와 러시아와의 충돌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후보지는 중동지역이다. 남중국해도 그 후보지역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되는, 아마도 가장 위험한 분쟁 후보지는 한반도다.
“차기 미행정부가 맞이할 최대 안보위기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초 이미 워싱턴포스트가 내린 진단이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북한은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핵탄두 소형화에 이어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해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그 북한을 결코 그냥 놔둘 수 없다. 중국에 보다 강력한 제재동참을 요청했다. 돌아온 것은 거부였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속내가 결국 드러난 것이다. 핵무장 북한은 중국으로서는 전략적 자산이다. 그 북한의 붕괴를 결코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확고한 입장임을 새삼 확인 한 것.
그 중국에 대해 데이비드 샴바우는 이런 논평을 했다.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단독 행동도 고려해야 한다.” 이후 자주 거론되기 시작 한 것이 ‘선제타격’론이다. 동시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왔다. 마치 레드라인이라도 설정 한 양.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했다. 아니 도왔다. 그 중국이 뻔뻔하게도 한국의 국방주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가해 온 것이다. 공식 항의 정도가 아니다. 한류 드라마 수입금지 등 보복조치에다가 노골적인 내정간섭도 마다 않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 전투기가 떼를 지어 한국의 항공식별구역을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한편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이다. 무엇을 말하나.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도 가능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연연하지 않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뭐랄까. 중국을 때려서라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거다. 그러니 정공법이라고 할까.
이에 맞서 중국은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을 향한 정면도전은 위험하다. 그러므로 약한 고리를 찾아 집중공략하고 뒤로 빠지는 거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이미 선보인 전술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오지 않을까 하는 한국 국민의 불안한 심정이 그 약한 고리, 타깃이다. 그리고 베이징은 한국의 차기 정권을 향해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벌써 여론이 흔들린다. 한 때 34%였던 사드 배치 반대가 지난해 12월 현재 51%로 늘었다. 사드배치 철회는 대선 이슈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더 나가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결국 어느 쪽이 유리한가. “경제적 레버리지(leverage)란 측면에서도, 전략적 이점이란 측면에서도 미국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진단이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언이었던가. 그 말이 새삼 떠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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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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