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오늘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는 앞으로 4년 간 미국을 이끌어 가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야 할 대통령 취임식 분위기는 깊이 가라앉아 있다.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미국인들의 표정에서는 희망의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계속된 진흙탕 싸움의 후유증, 그리고 대선 후 취임기간까지 끊이지 않았던 갖가지 논란과 의혹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인 오늘 전국 곳곳에서 그의 취임을 반대하고 규탄하는 시위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인종·종교·여성 차별 발언으로 미국사회를 분열시킨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분노와 갈등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취임한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엄숙한 정치적 행사이자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할 대통령 취임식이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지게 된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 필요
트럼프는 낮은 지지율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자신에 대해 수많은 국민들이 왜 이런 인식과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막말과 함께 편견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 왔다. 트럼프 4년에 대해 의구심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국정을 이끌어 갈만한 동력을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소통을 등한시하는 국가지도자에게는 미래가 없는 법이다. 아집과 독단으로 나라를 이끌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촉발시킨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봉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언행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가지도자의 언행에는 진중함과 품격이 요구된다.
-‘경제 대통령’ 면모 보여주길
트럼프 시대에 대한 전반적 우려 속에서도 그가 경제만큼은 잘 할 것이라는 긍정적 여론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트럼프가 사업가로서 거둔 성공이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새 대통령이 국민들의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통계적인 성장 못지않게 경제적 성과가 국민들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 또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블루칼라 근로계층의 열성적 지지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보여주기식의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힘들다. 재정과 조세, 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종합적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
특히 오바마케어 폐지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하루아침에 무보험자로 전락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대안이 있다고 수차례 천명해 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어떤 방안이 됐든 현 오마바케어 수혜자들이 한순간이라도 보험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선진국들 가운데 의료보험 제도가 가장 형편없다. 부디 이런 오명을 씻어내는데 새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국민들을 살피고 돕는 일을 특정계층을 위한 시혜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은 정치적 양극화를 줄여나가고 미국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임을 명심해주길 당부한다.
-헌법정신 성실히 수호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취임식에서 성경 위에 손을 얹은 채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합중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키겠다”고 선서하게 된다. 미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치를 존중하고 지키겠다는 약속일 것이다. 헌법의 정신, 즉 미국의 정신은 바로 포용과 타협에 있다. 배타적 태도와 독선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민과 소수자, 그리고 타 종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더 열린 시각과 마음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이것이 헌법정신의 수호자가 가져야 할 태도일 것이다.
시작은 불안하고 어수선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점차 얻어 나가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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