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오픈 테니스, 세계 15위 디미트로프에 아쉬운 역전패 6-1, 4-6, 4-6, 4-6
▶ 사상 첫 메이저 3R 진출은 불발됐지만 대성 가능성 확인
정현이 그레고르 디미트로프의 샷을 받아치고 있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105위)이 세계 15위 그레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승부의 고비를 넘지 못해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정현은 19일 호주 멜버른팍의 내셔널 테니스센터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디미트로프에게 첫 세트를 6-1로 따낸 뒤 다음 3세트를 모두 4-6으로 내주고 패해 생애 첫 메이저 3회전 진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2015년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2회전까지 진출한 정현은 2014년 세계 8위까지 오른 강호 디미트로프를 상대로 1세트를 가볍게 따내는 등 선전했고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선전을 펼쳐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현은 이날 출발이 상당히 불안했다. 디미트로프의 첫 서브 게임에서 한 포인트도 따내지 못한 가운데 게임을 내준 뒤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은 더블폴트로 시작했다. 거의 1만 명이 들어찬 경기장 분위기와 톱랭커 디미트로프를 상대하는 심적 부담이 겹쳐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내 평정심을 가다듬은 정현은 이후 거칠 것 없이 상대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상대의 백핸드샷이 연달아 네트에 걸려 두 포인트를 따냈고 이어서는 시원한 서브 포인트까지 나오면서 게임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춘 정현은 자신감을 얻은 듯 다음 5게임도 모두 따내는 괴력을 발휘, 첫 세트를 6-1로 가져왔다. 디미트로프는 고비마다 실책이 나왔고 반면 정현은 긴 랠리에서는 거의 매번 점수를 따내는 등 스트로크 대결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디미트로프는 그 정도로 흔들릴 상대가 아니었다. 2세트 초반 정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어드밴티지를 끝까지 지켜 2세트를 6-4로 가져가며 균형을 맞춘 그는 3세트 3-3에서 다시 정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했고 2세트도 결국 6-4로 따냈다.
경기력이 살아난 디미트로프는 4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2-2에서 정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게임스코어 4-2까지 앞섰지만 정현은 다음 디미트로프의 서브 게임에서 40-15로 뒤지다가 기어이 듀스까지 만들었고 마지막 포인트 백핸드 발리가 네트를 맞고 넘어가는 행운이 따르면서 4-4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끝내 이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30-0으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가다가 연달아 포핸드 샷이 라인 밖을 향하면서 게임을 내주고 만 정현은 마지막 디미트로프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도 30-30에서 내리 두 포인트를 더 내줘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현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1세트를 잘 이겨내 기회가 있었는데 2세트 초반에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전체적으론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 없이 경기했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노박 조코비치나 스탄 바브링카와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경기를 했던 것이 오늘 많은 도움이 됐다”며 “오늘 이 경기는 또 앞으로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경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정현이 얼마나 잘 싸웠는지 알 수 있다. 서브에이스 12개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자신도 7개의 서브에이스를 뽑아내며 대등하게 맞섰고, 첫 서브 성공률(68%-65%)이나 첫 서브가 들어갔을 때 득점 확률(75%-68%)에서는 오히려 디미트로프를 앞섰다.
브레이크 포인트도 15번이나 잡아 10번에 그친 디미트로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었고, 네트 플레이 시도 횟수(19-38)는 디미트로프가 두 배 더 많았지만 네트 플레이 득점 확률은 정현이 95%를 기록해 61%에 그친 디미트로프를 압도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브의 위력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서브 최고 시속 211㎞를 찍어 207㎞의 디미트로프보다 오히려 빨랐고 평균 시속 역시 정현이 177㎞로 173㎞의 디미트로프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제 승부의 고비에서 경기를 매니지하는 경험을 더 쌓는다면 충분히 대성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디미트로프는 대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1세트에 정현의 경기력은 대단했다”며 “2세트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자신감을 되찾아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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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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