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송의 여왕으로 불리는 조니 미첼의 히트곡 ‘빅 옐로우 택시’의 노랫말이 요즘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다 :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이 사라지기 전에는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배웅하는 많은 미국인들의 아쉬움은 10일 밤, 그의 고별 연설장에서도 끊임없는 환호와 “4년 더”의 함성 속에 담겨 TV 스크린을 통해 미 전국에 전해졌다.
퇴임하는 대통령의 고별연설이 뉴스의 조명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오래까지 기억된 경우도 드물었다. 그러나 어려운 시대의 연설은 살아남는다. 1796년 가을 ‘떠나는 친구’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신생국가 내 파벌과 외국의 영향력에 대한 경고는 지금도 최고의 고별연설로 꼽히고 있으며, 20세기 들어 2차 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군산업 복합체 파워 증강의 위험성을 경고한 연설도 미국인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낙관적인 미래를 재확인시킨 오바마도 미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단호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경제 불평등과 인종갈등, 불관용의 양극화와 해외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이런 어려움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미국 민주주의의 현 상황을 우려한 그는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위협을 받는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에 의해 우리 자녀들의 교육과 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안보의 능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늘 신중한 표현으로 절제해온 오바마가 이날 솔직하게 마음을 토로한 것은 공감능력을 강조할 때였다. 그는 흑인과 백인, 농촌과 도시주민들, 이민자, 빈곤층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흑인들에겐 자신들의 고전분투를 백인 근로계층과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곤경에 연상시켜보라고 했고, 백인들에겐 “노예제도의 영향이 60년대에 (민권운동으로)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첫 흑인대통령의 선출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소수민들의 항의를 특별대우 요구가 아니라 건국의 아버지들이 약속한 동등대우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때로 목이 메기도 하고 잠깐 눈물을 닦기도 하며 열렬한 지지에 감사를 표하면서 오바마는 거듭된 성공과 좌절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백악관 8년을 회고했다.
지난 8년의 업적, ‘오바마 레거시’는 한마디로 평가하기 힘들다. 진보와 보수의 편향된 시각이 아니더라도 공과 과를 명쾌하게 가리기가 쉽지 않다.
그는 재임 중 많은 것을 성취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또 다른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고 양당의 여러 대통령들이 피하거나 실패했던 헬스케어 개혁도 실현시켰으며 오사마 빈라덴도 제거했다. 거센 보수의 물결에도 거뜬히 재선된 오바마는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보다 10포인트나 높은 55%의 지지율을 받으며 퇴임한다.
그러나 이민사회가 그토록 기대했던 포괄적 이민개혁법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고, 중산층과 근로계층이 체감하지 못하는 느린 경기회복은 표밭의 분노와 불만을 폭발시켜 ‘트럼프 당선’이라는 아무도 예측 못한 이변을 낳게 했으며, 무엇보다 그의 외교정책은 시리아와 리비아 등 중동의 정정불안과 함께 테러집단의 급부상을 허용하는 등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오바마의 공과 과를 꼽은 USA투데이는 “그의 개인적 호감도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가 투표용지에 올라있지 않는 선거에서 민주당은 번번이 패했다”고 지적한다. 그 대가는 지금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오바마 레거시 상당부분이 적대적인 공화당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에 의해 폐기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다음 주 백악관을 떠나는 오바마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퓨조사에 의하면 46%는 ‘평균이상의 뛰어난 대통령’으로, 26%는 ‘평균선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답했다. 72%가 좋은 기억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자들은 ‘비효율적이며 분열적인 실패한 대통령’으로 깎아내리고, 지지자들은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추켜올리며 맞서는 오바마 8년의 평가는 훗날 역사가 내릴 것이다.
지금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와 감동적인 연설을 통해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투쟁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했고 ‘스캔들 없는 행정부, 진지하고 신중한 정책 결정, 인도적인 가치관’을 통해 성실함과 절제, 선의와 유머를 갖춘 지도자의 품위가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다.
‘시민 오바마’로 돌아가며 그는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서브한 것이 내 생의 영광이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그의 국민으로 산 것은 우리에게도 행운이었다.
무례가 개성으로, 무모함이 추진력으로 갈수록 오도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떠나는 대통령에게 작별인사를 전한다. “We will mi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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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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