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옷과 모자를 착용한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나이키 제공>
세계 골프용품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새해 들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의 용품 계약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해가 바뀌면 선수들이 용품을 바꾸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용품 사용 계약은 프로 골프 선수들이 상금 다음으로 많은 돈을 만질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스럽다.
지난해 이맘때 용품 계약을 새로 쓴 정상급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신생 업체 PXG가 디오픈 챔피언 잭 존슨(미국)과 LPGA투어 크리스티 커, 앨리슨 리, 리나 필러(이상 미국)를 영입했다는 뉴스가 그나마 눈에 띄었던 작년이다.
나이키가 신예 브룩스 켑카,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와 계약했고 캘러웨이가 노장 톰 왓슨(미국)을 맞아들였다는 소식이 이어졌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나이키,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를 비롯한 대형 업체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신규 계약 당사자가 됐다.
무엇보다 남녀 세계랭킹 1위 선수가 용품 계약서를 새로 썼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나이키 골프웨어와 계약했다.
아디다스 옷을 입던 데이는 클럽은 아디다스 자회사 테일러메이드와 계약을 유지하면서 옷과 신발, 장갑은 나이키 제품을 착용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최대 경쟁 업체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캘러웨이에서 신생 업체 PXG로 갈아탔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까지 모조리 바꿨다.
PXG는 작년 US여자오픈 우승자 브리타니 랭과 크리스티나 김(이상 미국)과도 계약했다.
리디아 고를 잃은 캘러웨이는 그러나 남자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라는 특급 선수를 얻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인하지는 않았지만 매킬로이는 새해 첫 대회에 들고 나갈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는 캘러웨이 제품으로 결정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 제품 일색이던 매킬로이는 또 웨지와 볼은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낙점했다.
2015년 PGA투어 신인왕 대니얼 버거(미국)도 테일러메이드를 떠나 캘러웨이로 옮겼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줄곧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써왔기에 캘러웨이와 계약은 눈길을 끌었다.
정상급 선수들 용품 계약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은 버바 왓슨(미국)이 한국산 볼빅 골프볼을 쓰기로 계약한 것이다.
선수들은 다른 용품은 몰라도 볼 선택은 까다롭다.
드라이버를 포함한 우드나 아이언, 웨지 등은 선수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피팅이 가능하다. 선수의 미세한 요구까지 다 들어줄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 때 사용하는 클럽은 대량 생산되는 제품과 다르다. 선수의 스윙과 기호까지 모두 반영한 맞춤 클럽이다.
하지만 볼은 선수에게 일일이 맞춰서 생산할 수가 없다.
또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용품이 볼이라는 게 정설이다.
왓슨이 선택한 볼빅 골프볼은 그동안 일부 LPGA투어 선수만 썼을 뿐 PGA투어에서는 어떤 선수도 사용한 적이 없다.
남자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가 쓰는 볼은 그동안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나이키, 스릭슨 등 4개 업체에 국한됐다.
이런 자리에 볼빅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올해 골프용품 업계에서는 특별한 일로 꼽힌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골프용품 업계에 대형 계약이 줄을 잇는 것은 나이키가 더는 클럽과 볼을 만들지 않기로 한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매킬로이가 캘러웨이 클럽과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하게 된 것도 나이키 제품이 더는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킬로이처럼 나이키 클럽과 볼을 쓰던 선수들은 새로운 클럽과 볼을 물색하느라 바쁜 연말을 보냈다.
나이키가 클럽과 골프볼을 접으면서 불어닥친 바람은 그러나 곧 태풍이 될 전망이다.
나이키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아직 나이키를 대체할 클럽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즈는 볼만 브리지스톤을 점 찍어 계약을 마쳤을 뿐이다.
드라이버를 비롯한 우드는 테일러메이드를 테스트 중이다. 테일러메이드는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매킬로이 역시 테일러메이드를 테스트했지만 캘러웨이로 방향을 틀었다.
우즈가 아이언을 어떤 업체 제품으로 결정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새해 벽두부터 골프 용품 업계에 몰아친 특급 계약 바람은 아직 2라운드가 남은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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