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칙 섹서(chick sexer)’라는 해외취업 직종이 인기 있었다‘. 계간(鷄姦: 남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아리 감별사’다. 부화된 병아리의 항문을 까집어 성별을 가리는 기술이다. 수컷으로 판정된 놈들은 하루도 못 살고 박살된다. 미국을 비롯한 80여개국에 취업한 1,800여 한국인 감별사들은 속도와 정확도에서 타 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문사 전 동료직원 가운데 ‘닭 공장’ 출신이 있었다. 역시 해외취업 직종으로 인기를 끈 닭공장은 도살된 닭을 처리해 냉동 창고에 쌓아놓는 고된 육체노동이다. 이 직종은 인기가 여전하다. 2014년 미국정부로부터 취업이민 노동허가를 받은 한국인 2,672명 중 닭 공장 취업자가 1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첨단기술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그보다 10명이 적었다.
거의 40년 전 미국에 연수 왔을 때 맥도널드 햄버거보다 더 많이 먹은 패스트푸드가 비법으로 기름에 튀겼다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이다. 처음 먹어본 별미였다. 당시 한국엔 전기구이 통닭집이 있었지만 데이트할 때도 큰맘 먹어야 한번 들르는 고급 식당이었다. 그보다 싼 값에 KFC를 한 ‘바케츠’ (bucket) 사면 동료 연수생과 한 끼를 때우고도 남았다.
KFC 창업자인 ‘코넬(Colonel)’할랜드 샌더스는 대령 출신이 아니다. 켄터키 주는 공적 있는 주민에게 ‘켄터키 대령’이라는 명예 호칭을 부여한다.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사별한 샌더스는 40세가 돼서야(1939년) 작은 시골 주유소를 매입했고, 어머니에게서 배운 솜씨로 튀긴 닭고기를 자신의 식탁에서 손님에게 팔면서 KFC 왕국의 초석을 마련했다.
지난 1952년 유타 주에 첫 체인 매장을 연 KFC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23개국에약 2만개의 매장을 확보해 맥도널드에 이은 세계 제 2위(매출액 기준)의 식당체인으로 군림한다.
고령의 샌더스가 1964년 KFC를 매각한 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현재는 펩시콜라의 식당 사업체인 ‘염 브랜즈(Yum!Brands)’에 피자 헛, 타코 벨 등과 함께 속해 있다.
KFC와 맥도널드 같은 대형 체인식당들 덕분에 닭고기 수요도 무섭게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연간 500억 마리 이상이 도살된다.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 더구나 가슴살만 집중적으로 키우려고 종개량을 거듭한다. 옴짝달싹 못할만큼 좁은 닭장에 가둬놓고 유전자 조합(GMO) 사료와 성장 촉진제 등을 먹여 속성시킨다. 결국 닭이 아닌 괴물 병아리를 먹는셈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전기구이 통닭보다 ‘치맥’ (닭튀김+맥주)이 단연 대세다‘. 치느님’이라는 신조어까지 있다. 연간 8억 8,000만 마리가 도살된다. 국민 1인당 연간 15마리를 먹는 꼴이다. 치킨집이 전국적으로 3만 6,000여개에 달한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3만5,000여개)보다 많다. 복날 보신용으로 먹는 인스턴트 삼계탕은 치맥 바람과 관계없이 여전히 인기다.
새해 2017년이 닭띠 해인 정유년이어서 생뚱맞게 닭 이야기를 늘어놨다. 12 종류의 띠 동물 중유일한 조류다.
닭은 하루의 시작(새벽)을 알리는 독특한 사명을 띠고 있을 뿐아니라 문(文)의 볏, 무(武)의 발톱, 적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용(勇), 먹이를 보면 무리를 부르는인(仁), 꼬박꼬박 새벽을 깨우는신(信) 등 다섯 가지 덕을 갖춘가축으로 칭송 받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여성 상위시대인 요즘엔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로 바뀌었단다. “소경, 제 닭잡아먹듯”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바보는 언제나 있다“. 소, 닭보듯 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는 속담도 있다. 별로 치적이 없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투사 시절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붉은 원숭이 해였던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 수준이하후보’로 매도됐던 호텔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한국 대선에서 또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잠룡(潛龍)’들이 많다지만 대부분 수준이하의 ‘잡룡(雜龍)’ 같다.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지 말라”는 속담의 맹신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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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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