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병신년의 끝자락이다. 올 한해 메릴랜드 한인사회는 역경과 고난, 성공과 기쁨이 교차되는 역동적인 한해였다. 한인들의 공을 인정받아 엘리콧시티를 가르는 루트40번 도로 일부 구간이 코리안웨이로 명명됐으며, 코리안 페스티벌에 1만7천여명이 다녀가 한류열풍을 실감나게 했다. 그러나 조닝법 통과로 한인 업주들이 가게를 잃을 위기에 놓였고, 재혼가정의 불화로 불거진 재앙으로 한인청년이 차디찬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 메릴랜드 한인들을 울고 웃게 했던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이승연 기자>
■루트40, 코리안 웨이 명명
메릴랜드에 ‘코리안 웨이’가 탄생했다. 주정부가 수 십년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한 한인들의 역량을 인정해 엘리콧시티를 관통하는 루트 40(볼티모어 내셔널 파이크)의 일부 구간을 코리안 웨이(Korean Way)로 지정한 것이다. 메릴랜드에서 특정 인종의 공을 기리는 도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20일 주정부는 루트 40 선상 로저스 애비뉴 인근과 노스 차탐 드라이브 인근에 코리안 웨이 표지판 2개를 설치했다. 이 구간은 엘리콧시티에서 한인상권이 밀집돼 있는 메릴랜드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이 곳을 중심으로 수 만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 볼티모어시 조닝법 논란
수 년간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볼티모어시의 ‘조닝법’이 12월 5일에 통과됐다. 이 법은 주거지역 내 리커스토어에 대해 보상 없는 폐업 또는 업종 변경을 강제하고 있어 많은 한인 업주들이 노력으로 일군 가게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인업주들 사이에서는 지난 2012년 위기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로비 작업을 벌이며 노력했는데 결국 결속력이 약해져 로비가 실패로 돌아가 돈만 쓰고 가게는 잃게 생겼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법안 발의 당시 피해 업소는 100여 곳에 달했지만 그 동안 시로 부터 구제를 받거나 가게를 정리한 업주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닝법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리커스토어는 2019년 6월 5일까지 폐업 또는 업종 변경을 해야 한다.
■ 공립교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메릴랜드 공립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국어가 외국어 정규과목으로 채택됐다.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엘리노어 루즈벨트 고등학교는 지난 4월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8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인 한국문화클럽을 통해 한국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로 수업을 개설했다. 주 고교의 외국어 수업 개설은 학교장의 재량이지만 교육구청에서 승인한 외국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엘리노어 루즈벨트 고등학교의 한국어 채택 역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교육구청의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 따라서 한국어 수요가 생기면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교육구청에 속한 다른 초·중·고교에서도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해 가르칠 수 있다.
■코리안 페스티벌
9월 17일 센테니얼 파크에서 개최된 메릴랜드 코리안 페스티벌이 대성황을 이루며 메릴랜드에 한류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하워드 카운티 공원국이 발표한 이날 방문객 수는 1만 7,000명으로 코리안 페스티벌 역사상 최대 인파가 한류를 경험하기 위해 축제장을 다녀갔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온종일 한국을 알리는 전통춤, K팝 등의 문화 공연과 체험행사가 이어졌다. 음식 부스는 한식을 맛보기 위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류사회 인사들은 한인들이 마련한 축제무대에 올라 한국 문화와 한류를 극찬하며 선언문과 공로패로 한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한인 전세대가 행사장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해 이룬 성과였다.
■ 한인, 차량에서 불에 타 숨진채 발견
지난 9월 8일 엘리콧시티에 사는 이연자(60)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일 이씨가 펜실베니아에 사는 손주를 처음으로 만나고 오는 길에 이 같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연자씨 발견 당시 이씨의 BMW 차량은 하포드 카운트 95번 도로에서 전소된 상태였다. 경찰은 방화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지만 최근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사라고 결론지었다. 이씨의 지인은 이연자씨가 두 아들이 모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미국내 유가족이 없는 상태라 총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이씨 형제들이 미국에 와서 장례를 치뤘다고 전했다.
■ 엘리콧시티 홍수피해
지난 7월 엘리콧시티에는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엘리콧시티 다운타운 지역에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2명이 사망하고 102명이 구조됐으며,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컸다. 전 세계 언론은 기상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엘리콧시티에 천년만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보도했으며 인간띠를 만들어 익사 위기의 여성을 구한 시민들의 영웅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한인들의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들은 피해 복구 기금을 마련하고 피해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이는 등 홍수피해로 생활 터전을 잃은 이웃을 돌보는데 앞장섰다.
■MD-한국 자치단체 교류 협력
올 한해 메릴랜드의 자치단체들과 한국 자치단체들 간의 업무교류협약이 눈에 띄게 많았다. 첫 시작은 주정부와 전라남도의 우호교류협약 연장체결이다. 2월 23일 래리 호건 주지사와 이낙연 전남지사가 MD주 청사에서 만나 통합의학 분야와 바이오백신 분야에서 협력키로 협약했다. 3월에는 워싱턴 카운티 그렉 머레이 군수가 한국의 진안군을 방문해 진안군과 국제우호교류협약을 맺고 친환경 농업, 문화, 관광,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하워드 카운티는 7월 12일 나주시와 우호교류협약을 맺고 문화, 교육, 경제분야에서 교류하자고 약속했고,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와 천안시가 경제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짐 콜먼 PG카운티 군수는 내년 4월 천안을 방문할 예정이다.
■재외선거 투표소 설치
지난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재외선거에서 처음으로 메릴랜드 재외선거 투표소가 설치됐다. 주미대사관 재외선거본부에서는 재외선거 추가투표소 설치지역으로 남부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두고 고심하다 결국 유권자 등록률이 높은 메릴랜드로 결정하고 콜롬비아의 MD한인회 사무실에 추가 투표소를 열었다. MD한인들이 버지니아까지 투표하러 가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하지만 MD 첫 투표소의 투표율은 저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주미대사관 재외선거본부에서 발표한 투표결과 MD투표소를 운영한 4월1일부터 3일까지 352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 호건 주지사 지지율 고공행진
한국 사위 래리 호건 주지사가 올 한해 국정지지율을 70%대로 유지하며 주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올 가을 워싱턴포스트 등 각종 언론이 내놓은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호건 주지사는 지난해보다 10%, 올 봄 보다는 5% 상승했다. 언론들은 호건의 지지율이 그의 암투병에 대한 일시적인 동정심에 의해 생성된 것이 아니란 것이 증명됐다며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출신의 주지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지사 재선을 물은 한 조사에서는 메릴랜드 주민 10명 중 7명이 호건이 재선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엄마 살해한 한인 2세
지난 봄 볼티모어 파크빌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이 새엄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조민형(27, 미국명 필립)으로 메릴랜드에서 성장한 한인 2세다. 조씨는 4월 13일 새벽 1시께 새엄마인 김화선(61)씨와 집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홧김에 김씨를 10여 차례 칼로 찔렀다. 이 상황을 본 아버지 조씨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김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조민형씨는 달아났다가 같은 날 경찰에 체포돼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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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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