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다가온다. 정유는 육십간지 중 34번째이고 고무래 정(丁)은 적(赤이)이므로 붉은 닭띠 해다.
중국에서는 어느 띠의 해든지 간에 새해 첫날을 항상 ‘계일(닭의 날) ’이라고 한다. 또 고대(古代)에는 경사스러운 일로 대사면을 시행할 때 황금으로 만든 닭의 입에 붉은 깃발을 물려 장대 위에 올려놓고 알렸다고 한다.
붉은 닭띠해가 오다보니 셀폰이나 스피커 등 IT제품을 비롯 전자렌지나 소형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레드 칼라 마케팅이 성행하며 이에 수요도 늘고 있다. 2016년 한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 악.... ” 소리 날만큼 충격 받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다보니 새해에는 제발 좀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좋은 일에 등장하는 동물인 닭띠는 그 운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한다고 한다. 첫째 최고의 운을 타고난 금계(金鷄)형, 좋은 소식과 새벽을 알리는 최고의 영물로 진취적이며 생명력이 넘치는 반면 기회 포착에도 능하며 반드시 큰 성공을 이룬다고 한다.
둘째 이기적이나 자신은 편한 목계형(木鷄). 재물복은 타고나서 의식주 걱정은 없으나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해 자신만 생각하며 게으르다 한다. 셋째 닭싸움에 사용되는 투계(鬪鷄)형. 앞뒤 생각할 겨를없이 거침없이 뛰어들지만 자존심만 내세우다 실속을 챙기지 못한다고 한다.
닭띠라고 모두 금계는 아닌 것이다. 일반적으로 닭띠는 두뇌가 명석하고 꼼꼼하여 자기 몫은 잘 챙기므로 남들에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부각될 수 있으니 대인관계에 신경을 쓰고 확실한 자기편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닭을 비롯 한국인의 정서가 집약된 십장생, 행복과 부귀영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그려진 민화전을 지난 12월에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찰스 R. 왕센터로 보러갔다.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문자도 책거리 ’전이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12월23일 막을 내렸는데 내년 4월 캔자스대 스펜서미술관, 8월에는 클리블랜드미술관으로 미국 순회전시가 이어진다고 한다.
민화전에 나온 책거리 병풍 25여점은 하나같이 수준급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책을 주제로 그린 그림으로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입신양명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을 담은 점이다.
조선 후기에 서민층에서 시작된 민화는 정식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아니라 떠돌이 무명화가가 그리다보니 대부분 작자미상이지만 그림에는 나름 규칙이 있다. 행복과 장수를 뜻하는 화조도, 동식물이 있는 낙원을 뜻하는 십장생도, 부귀와 행복을 염원하는 모란도, 백수의 왕 호작도 등에는 변함없는 돌과 꼿꼿한 바위, 지조를 뜻하는 수석, 출세를 말하는 잉어, 군왕을 뜻하는 봉황, 부부애를 뜻하는 물고기 두 마리나 원앙 한 쌍 그림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푸른 소나무는 희고 긴 다리, 우아한 목을 지닌 학과 함께 그려져 문관, 입신출세를 상징하며 연꽃과 오리는 함께 그려져 가족애와 장원급제를 의미한다.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이럴 때 ‘아는만큼 보인다’고들 한다. 새해도 다가오고 하여 민화전에서 소나무, 불로초, 까치, 닭 등 신년을 뜻하는 것을 일부러 찾아 사진을 찍었다.
새벽을 알리는 길조인 닭, 12지중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이다. 닭이 울면 먼동이 트고 어둠 속에서 활개 치던 잡귀들이 모두 도망가므로 우리에게는 길조이다.
또한 닭은 전통적으로 호랑이와 함께 그려서 정초에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놓곤 했다. 이 호랑이는 수호신으로 화재, 수재, 풍재를 막고 우환, 질병, 기근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한다.
새벽을 알리는 길조가 다가온다.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드릴 준비를 하자. 지난 한 해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지루하고 우울하며 화가 나는 뉴스들이 많았다. 대문을 활짝 열어 모두 도망가게 길을 터주고 정유년 붉은 닭을 맞아들이자. 닭 울음이 새벽을 깨우고 새로운 탄생을 뜻하니 모든 이들에게 활기찬 해를 선사해 줄 것이다. 또,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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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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