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테러로 온 세계가 뒤숭숭하던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의 한 경찰책임자가 CNN 방송에 나와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이들이 테러 공포에 떨던 당시 경찰 책임자의 이 같은 발언은 그럴 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테러범이 주택침입 강도범도 아니고, 총기를 휴대해 어떻게 테러범을 격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는 엉터리 발언이었다. 민간인들의 총기휴대가 늘어나면 테러 퇴치는커녕 사회는 오히려 더 위험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은 공포 분위기에 편승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대규모 테러나 대형 참사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면 사람들은 여기에 압도되거나 질식당한다. 특히 참혹한 현장을 담은 영상들을 반복해 접하게 되면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혀 현실을 정확히 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리테러 후 일부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온 비이성적 주장은 이런 취약성을 파고 든 계산된 발언들이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들은 인식의 많은 부분을 형성한다. 범죄 뉴스가 많이 보도되는 야간 TV뉴스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은 주민들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훨씬 위험한 곳으로 여긴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뉴스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뉴스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갈 재간은 없다. 뉴스를 통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무수한 정보들을 얻는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주체인 유권자로서의 판단도 많은 부분 뉴스들을 접함으로써 이뤄진다.
하지만 뉴스에 따르는 해악도 분명 있다. 잘못되거나 왜곡된 뉴스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을 뒤흔들었던 쓰레기 만두 사건을 떠올려보자. 잘못된 내용의 당국발표를 받아쓰면서 이를 확대재생산한 언론에 의해 만두제조업체들은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무수한 업체들이 아무 죄도 없이 쓰러지고 난 뒤였다. 공업용유지 라면과 중국산 김치 파동 등 이런 사례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무슨 일이 터졌다 하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은 오히려 우리의 판단을 저해한다. 심지어 뉴스를 과다 소비하다보면 면역계가 교란되고 성장호르몬이 억제돼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까지 있다. 인체의 기본적인 감정이나 욕구를 관장하는 신경계를 끊임없이 자극하게 되고, 충격적인 뉴스들은 면역계까지 교란해 만성적인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스는 덜 볼수록 좋다는 극단론을 펴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뉴스를 마냥 멀리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정확한 뉴스, 꼭 알아야 할 뉴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는 물론 일차적으로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뉴스 수용자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소비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있다. 특히 매체들이 난무하면서 온갖 함량 미달 뉴스들이 대북확성기 방송처럼 시끄럽게 쏟아져 나오는 어지러운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루 종일 한국의 종편뉴스를 틀어놓는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국정치에 대해 어쩜 그렇게 똑같은 얘기들을 하는지 놀랄 정도다.
혼란 속에서 새로운 정치판을 짜게 될 2017년 한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뉴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어리석은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허접한 뉴스를 잘 분리해 낼 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들의 의도에 말려들거나 뉴스에 압도되지 않고 진실과 거짓, 현실과 공포를 구분해 내는 냉정함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가짜 뉴스들까지 판치는 세상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똑똑한 소비자, 의식 있는 시민, 깨어있는 유권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뉴스 홍수’가 안겨주는 스트레스에 더해 잘못된 선택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떠안게 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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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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