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직전이었던 지난달 초 워싱턴 DC의 ‘코멧 핑퐁’ 피자식당에 자동소총을 든 백인 괴한이 들이닥쳐 종업원과 고객들이 혼비백산했다. 다행히 대형 참사를 일으키기 전에 경찰에 체포된 에드가 매디슨 웰치(28)는 “이 식당이 ‘피자 게이트’의 본산이라는 뉴스를 듣고 본때를 보여주려고 솔즈베리(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피자 게이트는 당시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퍼뜨린 신조어다. 성매매 조직범죄단에 납치된 소녀들이 코멧 식당에 감금돼 있고, 그 배후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그녀의 선거본부장 존 포데스타가 연루돼 있다는 음모설이다. 경찰은 물론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등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지만 루머는 온라인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안 그래도 대선기간 중 ‘가짜 뉴스(fake news)’ 홍수에 휘둘려온 미국사회가 피자 게이트 사건으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코멧 식당 주인은 날조된 뉴스 때문에 누리꾼들로부터 한달간 혹심한 비난과 위협을 받았다며 “가짜 뉴스가 어떤 해악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날조 뉴스를 만들고 퍼뜨리기 전에 제발 무고한 피해자들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짜 뉴스는 말 그대로 허위 기사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그때그때 사회적 주요 이슈들을 사실과 다르게 호도해 온라인에 띄운다. 정통 언론의 보도기법을 모방하므로 일반인들은 진위를 가리기 힘들다. 예전부터 일부 주간지에 기생해온 가짜 뉴스가 온라인 시대를 맞아 폭발했다. 특히 올해 대선기간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서 많이 생산됐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파킨슨 병에 걸렸다,” “프란시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트럼프 유세장에 동원된 반대 시위자들이 3,500달러씩 일당을 받았다,” “오하이오에서 클린턴을 찍은 부정투표 상자가 나왔다,” “클린턴의 이메일을 수사한 FBI 요원이 살인-자살 사건에 연루돼 시체로 발견됐다”는 등의 가짜 뉴스들도 널리 회자됐다.
트럼프와 클린턴 본인들의 거짓말도 가짜 뉴스 홍수를 부채질했다. 트럼프는 “이라크 전쟁을 발발하기 전부터 반대했었다,” “부정투표가 전국적으로 자행됐다,” “테드 크루즈(경선 라이벌)의 아버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과 관련 있다”고 떠벌였고, 클린턴은 “제임스 코메이 FBI 국장이 이메일 수사과정에서 나의 해명을 수긍했다”고 거짓말했다.
정치인 발언의 진위여부를 전문적으로 가려내는 인기 웹사이트 ‘폴리티팩트’는 매년 가장 널리 유행했거나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친 거짓말을 골라 연말에 ‘올해의 거짓말’ 상을 수여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트럼프였다. 그의 주장이 70% 이상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폴리티팩트는 올해 거짓말이 너무나 무성했다며 ‘가짜 뉴스’ 전체를 수상자로 정했다.
한국에선 진작부터 가짜 뉴스가 판쳤다. 근거 없이 추측성 소문을 퍼뜨리는 ‘카더라 방송,’ ‘카더라 통신’ 이 그런 것들이다. 카더라는 “~라고 하더라”의 경상도 사투리다. 관계자에게서 들었다거나 언론이 보도했다는 식으로 출처를 막연하게 둘러댄다. 그 말이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십중팔구 “아니면 말고…”식으로 얼버무리는 게 카더라 통신의 특징이다.
최근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나 김정은이 암살됐다”는 가짜 뉴스 ‘카톡’이 스마트폰에 잇따라 떴다. 한 지인은 “이렇게 큰 뉴스를 왜 신문에 보도하지 않느냐”며 전화로 따졌다. 천안함이 북한군에 격침당하지 않고 미 군함에 충돌 당했다는 카더라 통신도 있었다. 압권은 광우병 가짜 뉴스였다. 수십만 시민이 광화문 광장을 메우고 연일 광란시위를 벌였다.
가짜 뉴스는 코멧 피자집 주인이 바라듯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의 온상인 페이스북은 매월 전 세계적으로 17억9,000만 명이 접속한다. LA 지역의 한 가짜 뉴스 생산자는 엄청나게 많은 조회자를 페이스북에 유도해주며 매월 1만~3만 달러의 보수를 받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건 가짜 뉴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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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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