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day.
1마일도 넘게 아주 넓은 월강(月江), 언젠가 멋지게 너를 건너리.
"Moon River," 달빛이 비치는 강, '월강(月江).'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거장 헨리 만시니의 음악이 영화 전편을 수려하게 감싸고 도는데, 특히 오드리 헵번이 통기타를 울리며 직접 부르던 노래 "문~ 리버"의 변주곡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히 흐릅니다.
벌써 55년 전 영화? 시작부터 상큼하죠. 자기 얼굴만큼 커다란 검은색 선글라스에 디자이너 지방시(Givenchy)가 만들었다는 검은 드레스. 제법 화려한 모습으로 방금 택시에서 내린 홀리[Holly]가 빵과 커피로 아침 끼니를 때우며 티파니 보석상 앞에 서서 아이쇼핑하는 모습의 오드리 헵번. 어쩜 그리도 청초한 모습인지! 부자들이 드나드는 사교계를 넘나들며 신분상승을 노리는 홀리. 어느 날, 부자완 거리가 먼 작가 폴[죠지 페퍼드]이 홀리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드디어 그 운명의 만남이 시작되고 ...... 늘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고 맹랑하게 매력 넘치는 홀리.언젠가 창가에 기대앉아 통기타 코드에 아쿠스틱[acoustic]으로 잔잔히 부르던 노래.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day. "도도히 넓은 월강(月江), 언젠가 멋지게 너를 건너리." 그리고, 이어집니다.
Oh, dream maker, you heartbreaker.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오, 꿈 꾸게 하는 너, 맘 아프게 하는 너. 네가 어디로 가든 난 네 길을 따르리. 헵번은 이층 사는 폴 들으라고 은근히 빗대어 노래하는 듯 하지만, 사실 여기서 '너'는 다름아닌 월강(月江). 만시니 곡에 담백하기 그지없는 노랫말을 입힌 쟈니 머서(Johnny Mercer)는 자기 고향 조지아 시골 동네의 제법 큰 강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지요.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세상 구경 나선 두 떠돌이, 세상엔 볼 게 참으로 많지요.
이어지는 노랫말도 여전히 '월강과 나'로 묶인 '두 떠돌이'를 읊조리지만, 이층 베란다에서 두 귀로 쫑긋 헵번의 노래를 엿듣는 폴에게는 당연히 '홀리와 폴' 두 방랑자의 여정을 은근히 암시하는 듯한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end.
우린 같은 무지개 끝자락을 쫓지요, 구불구불 강 굽이에서 기다리며.
들뜬 남자 주인공의 가슴에 확 불을 지피는 가사가 곧바로 이어집니다. '우린' 함께 저 무지개의 끝에 있는 '황금 항아리'[a pot of gold]를 쫓는 거에요. 구불구불 도는 강물 가에서 함께 기다리며 '꿈의 실현'이자 '환상의 보물'인 '팟 어브 골드'를 찾는 겁니다. 영어 표현 "rainbow's end"는 곧 'a pot of gold'와 같은 뜻. 그렇게 들뜨고 설레는 가슴으로 사랑에 푹 빠지기로 작정한 폴의 귀에 홀리의 마지막 노랫말은?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내 친구 허클베리, 월강(月江) 그리고 나. 가만, 그럼 난 뭐야? 그렇게 내심 의아해하는 폴에게 그 커다란 눈으로 매혹의 미소를 올려 보내는 오드리 헵번! 마지막 빗속 택시 장면에서도 극도로 절제된 감정 연기로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던 헵번. 반 세기가 훌떡 지난 2016년 12월 오늘, 그분 목소리가 담긴 유튜브 노래방에서 'virtual duet'으로 구수하게 불러 봅니다. "Moon ~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day."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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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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