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에서 찬성 24-반대 56으로 부결
▶ 청원 진행중인 타교회 영향 등 파장 예상
미국장로교동부한미노회 제80차 정기노회가 열린 6일 뉴저지의 머릿돌교회에서 총대 회원들이 노회의 첫 교단 탈퇴 청원인 필그림교회에 대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고 있다
<속보> 동성애 허용 정책이 발단이 돼 수년간 갈등과 화해를 거듭하며 겨우 접점을 찾아가는 듯했던 뉴저지의 필그림교회와 미국장로교(PCUSA)의 교단 관계 해소<본보 2015년 10월20일자 A17면 등>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PCUSA 동부한미노회에서는 첫 사례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던 이번 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현재 동일한 청원을 진행 중인 뉴욕의 하은교회와 향후 이어질 수 있는 또 다른 회원교회의 교단 관계 해소 청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주목된다.
미국장로교 동부한미노회(노회장 허봉기 목사)는 6일 뉴저지의 머릿돌교회에서 제80차 정기노회를 열고 참석한 총대 회원 82명 가운데 찬성 24표(29.3%), 반대 56표(68.3%), 무효 2표(2.4%)로 필그림교회의 교단 관계 해소 청원을 부결 시켰다.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2.3배 많았던 이번 결과는 노회 소속 대형교회의 교단 이적에 따른 도미노 현상과 노회의 신학적 입장과는 다르게 동성애를 허용한 미국장로교단을 향한 불필요한 오해 발생에 대한 우려 및 교회 재산권 처리 등을 둘러싼 예민한 사안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표결에 앞서 장시간 이어진 찬반 토론에서는 팽팽한 의견 대립이 여전했다. 반대하는 회원들은 ‘노회뿐만 아니라 미국장로교한인교회전국총회 회원교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다’ ‘동성애 결혼 반대자들이 교단에 남아 공존할 수 있는 규례서까지 마련돼 있는데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 ‘전국 400여개 한인 회원교회 가운데 탈퇴한 10여개 교회는 그들이 속한 노회가 교단의 동성애 허용 정책을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동부한미노회는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신앙적 입장이 동일한 회원교회가 탈퇴할 이유가 없다’ ‘동성애는 연방대법원에서도 합헌 판결한 것인데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한인교회들이 교단에 남아 반대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다.
찬성하는 회원들은 ‘동부한미노회가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필그림교회가 탈퇴한다고 노회가 죽지 않고 400여개 회원교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은혜롭게 보내주자’ ‘나가려는 사람의 목덜미를 잡는 모습이 이웃교회와 교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먼저 생각하고 은혜로운 목회자의 이미지를 지키자’고 설득했다.
필그림교회 양춘길 담임목사도 “노회가 싫어서도 아니고 동성애 반대 투쟁을 하다 지쳐서 나가려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인교회나 목회자들보다 더 의로워서 나가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좀 더 성경을 앞세우고 나가려면 이 지붕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과반 이상 득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날 토론 중에는 교회 재산권을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했다. 미국장로교단은 노회와 총회가 인정하는 개혁교단으로 이전을 허락하지만 교회 재산은 교단에 속해 있고 노회에 위탁돼 있다는 원칙이 있다. 필그림교회는 2,000여명의 교인이 예배드릴 처소가 필요하기에 재산가치 평가를 토대로 이중 10%와 특별헌금 등을 포함한 60만 달러를 향후 5년간 노회에 분할 상환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안했으나 이를 두고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노회는 교단 차원의 분담금 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미 탈퇴한 교회마다 모두 다른 기준이 적용됐음을 설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단은 재산이 포함된 교회와 별도로 목사의 교단 관계 해소를 분리해 처리하고 있으나 교회 관련 청원이 부결된 직후 필그림교회 양춘길 담임목사와 신대위 부목사 등 2명이 ‘자신들은 교회와 함께 가야 하는 운명이니 교회가 남으면 함께 남겠다’고 밝히며 관계 해소 청원을 철회하자 일부 원로목사들은 ‘교단을 떠나겠다던 목사를 그대로 사역하게 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교회는 그대로 두고 목사만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표결 과정을 지켜보던 방청객 일부가 노회와 일부 목사들을 비난하며 쓴 소리를 내뱉자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표결 결과 발표 후 양춘길 목사는 “먼저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노회는 총회 차원의 신학적 입장에 심각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부결된 사안을 다시 다룰 수 없다고 밝혀 노회 차원에서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 논의는 더 이상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교회가 상회 기관을 통해 재청원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최종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이날 노회는 2017년도 신임 노회장이 된 이상칠 목사(머릿돌교회)와 부노회장 장신옥 장로(뉴욕한인중앙교회) 등 임원 명단을 발표하고 ‘노회와 회원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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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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